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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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맛집에서 만난 지리수업
남원상 | 서해문집 | 1만6800원
  • 입력 : 2023. 10.12(목) 09:5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맛집에서 만난 지리수업.
충무김밥, 의정부부대찌개, 전주비빔밥 등 각 지역별로 유명한 음식의 지리적 연원을 통해 인문지리와 자연지리를 아울러 이해할 수 있는 책. 왜 하필 ‘전주’비빔 삼각김밥일까? 닭갈비를 파는 음식점이 훨씬 많아도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열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통영과 부산이 버젓이 있는데 어째서 ‘충무’김밥과 ‘동래’파전이라고 부를까? 의문은 축제, 도시, 산과 강, 섬과 바다 여행을 거치며 풀려 나간다.

그뿐만 아니다. 독자는 목포 세발낙지의 유래에서 항구 도시의 조건과 일제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아픈 기억을 관광 산업에 활용하는 정책의 의미에 대해 고찰할 수 있다. 밀양 돼지국밥의 홍보 대사로 떠오른 귀여운 지역 캐릭터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공간적 불평등을 읽고, 고창 풍천장어와 서산 간월도어리굴젓의 역사로 자연과의 공존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다.

영화·음악·건축물·전설·민요·신문·잡지 등 풍성한 자료와 기후·지형·역사·문화·정치·경제가 ‘지리’라는 관점을 통해 입체적이고 맛깔난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되어 물 흐르듯 펼쳐진다. 마라탕과 탕후루 열풍에도 여전히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짜장면과 갈비를 달리 보게 하고, 과메기처럼 청소년에게 익숙지 않은 음식도 한번쯤 들여다보게 할 만큼 재미있다. 이 이야기가 현재 우리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생각거리도 놓치지 않았다.

어떤 음식이든 그 유래를 알고 먹는 맛과 모르고 먹는 맛은 확실히 다르다. 이미 먹어 본 음식이더라도 책을 읽고 난 뒤엔 식재료며 양념이며 그릇에 담은 모양새 하나하나가 전혀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아는 만큼 맛있는 법이니까.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