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에 끌려간 학도병과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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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에 끌려간 학도병과 위안부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
윤정모 | 다산책방 | 1만7000원
  • 입력 : 2023. 10.12(목) 09:5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
작품 집필에 몰두하던 소설가 배문하에게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문하는 고교 시절 아버지로부터 “너는 쪽발이를 닮았다”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출생을 의심하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사생아였던 그는 장례식에 가지 않으려 하지만, 엄마에게 떠밀려 결국 장례식이 치러지는 안동으로 향한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아내는 그에게 유품인 일기장을 건네주고, 일기장을 펼치자 뜻밖에도 그 안에는 1943년 10월부터 1945년 6월까지 남태평양 전장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젊은 시절 아버지의 기록이 담겨 있다. 아버지의 전쟁 일기를 모두 읽고 난 그는 집에 돌아와 평생 삼켜왔던 질문을 드디어 엄마에게 꺼낸다.

책은 태평양 전쟁에 끌려간 학도병과 위안부들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토대로 그린 실화 소설이다. 한국 문학 사상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담은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와 1980년대를 대표하는 밀리언셀러 ‘고삐’의 저자인 윤정모의 신작이다. 문단의 원로 소설가 윤정모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과 그로 인해 희생된 개인들의 아픔을 알리는 데 천착해 온 작가다. 특히 자신의 “평생 작업”이라고 표현할 만큼 위안부 문제에 오랜 시간 매진했다. 1990년대에는 일제 만행에 대한 해외 심포지엄에도 참여해 발언하는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앞장섰다.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는 이러한 작가가 그간에 쓴 일련의 역사소설, 그 결정판과도 같은 이야기다. 소설은 태평양 전쟁에 끌려갔던 부모와 감당하기 힘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소설가 아들이라는 한 가족의 서사 속에 격랑의 한국 근현대사를 담담하지만 호소력 짙게 풀어낸다.아버지의 과거를 파헤치던 아들이 어느덧 엄마의 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 속에 학도병과 일본군 위안부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소환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