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신의준> 대한민국 쌀 산업의 위기, 더 이상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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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신의준> 대한민국 쌀 산업의 위기,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신의준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 입력 : 2023. 09.17(일) 14:21
신의준 위원장
풍성한 황금 들녘을 바라보고 있는 농민들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쌀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에, 쌀 생산량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한 유가와 물가, 생산비 등의 상승으로 농가 경영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1년 동안 피땀 흘려 결실을 보는 수확기에 빚만 남는다면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

특히 지난해 45년 만에 최악의 쌀값 하락이 있었으나, 정부의 수급 안정 대책은 선제적 시행이 아닌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 인해 쌀 생산 농가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그나마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 확대와 산물벼 인수로 인한 쌀 재고가 전년 대비 32.2%까지 감소하면서 지난 5월부터 쌀 가격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수확기까지 이 기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통계청 단순평균 산지 쌀값은 지난 25일 기준 19만8452원으로 정부가 약속한 20만원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정부는 산지 쌀값을 낙관하며 이 추세라면 2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물론 농민들이 요구하는 공정가격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모처럼의 쌀값 회복세는 계속 이어져야만 한다.

만약 설상가상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쌀값이 폭락한다면, 벼 재배 자체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특히 작년과 같이 벼 수확기를 임박해 정부가 비축 쌀 공매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가격 폭락을 부추긴다면, 국민 식량주권의 기틀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최근 농협·민간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는 쌀 원료곡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쌀값을 책임진다던 정부는 지난해 산 공공비축용 산물벼 5만 톤을 방출하기로 결정하였다. 일부 농민단체와 쌀 농가에서는 올해 쌀값을 결정하는 민감한 수확기에 방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쌀값에 치명적인 악영향이라고 강력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정부는 쌀값 상승세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공매를 강행해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정부는 작년 세 차례의 시장격리에도 최악의 쌀값 하락이 있었음을 교훈 삼아 올해는 수확기 이전에 과감하고 선제적인 식량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벼 수확기 정부곡 방출계획을 철회하여 쌀값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쌀은 수천 년간 국민 건강을 책임져 온 주식이다. 그러나 불안한 세계 식량 시장과 기후재앙, 생산비 폭등으로 대한민국 쌀 농가는 궁지에 내몰려 있다.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쌀값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하여 더 이상 골든타임을 놓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농업은 식량안보와 국민 생존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필리핀에서는 이러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농지를 골프장, 휴양시설, 공장 등으로 변화시켰다. 이로 인해 식량 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쌀 수입 대국 신세로 전락했다. 따라서 지금은 필리핀의 쌀 농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식량안보에는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물가 상승을 무시한 쌀값 폭등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최소한의 쌀값 보장을 위한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여 국내 쌀 산업을 견고히 하고, 쌀 농가 생산비 보장,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대안, 쌀 가공산업육성 등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쌀값 안정 대책 마련을 바라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 농민들에게 이보다 중요한 사안은 없다.

이에 정부는 농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디 농업인들의 눈물과 한숨을 외면하지 말고, 쌀 생산 농가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과 실행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쌀은 대한민국 식량의 영원한 현재이자 굳건해야 할 미래이다.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 진심을 다해 목소리를 높여 요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