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반갑지만 않는 사학법인 ‘4대요건’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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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남일보]사설>반갑지만 않는 사학법인 ‘4대요건’ 완화
수도권 편중 부추길 우려 높아
  • 입력 : 2023. 09.12(화) 17:44
지방대 통·폐합과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이 법령은 대학을 설립·운영하는 데 반드시 지켜야 하는 4가지 기준을 규정하고 있어 이른바 ‘4대 요건’으로 불린다. 대학의 구조개혁이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로 등장한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맞지만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지방대학의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제정된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대학 설립을 위해 교지(땅)·교사(건물)·교원·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요건들이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학이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교지 기준 없이 ‘3대 요건’만 적용하기로 하고 ‘3대 요건’의 내용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사립 학교법인을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그렇다고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당장 교육단체들은 ‘4대 요건의 개정은 법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교육기관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까지 모두 삭제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임교원은 줄이고, 겸임·초빙 교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나 학과 간 정원 조정 시 필요한 교원확보율 요건을 폐지한 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 뜨리고 인기학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입학정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지방대학은 대학으로서 최소한의 골격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대학의 변화는 당연하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대학의 경우 정원 미달로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로 사학을 돕기 보다 교육의 질을 높여 대학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수도권 편중을 막고 지역대학을 살릴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혁신을 명분으로 되레 대학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지역 불균형을 높이는 것은 아닌 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