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옆에 편의점’… 출점 제한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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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옆에 편의점’… 출점 제한 있으나마나
50m 이내 신규출점 제한 ‘유명무실’
직선거리 아닌 도보거리 기준 적용
업계 호황 불구 개별점포 매출 하락
점주들 “거리 측정 기준 강화를”
  • 입력 : 2023. 09.11(월) 17:50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최근 편의점 업계의 출점 경쟁이 과열되면서 동네마다 편의점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에 새로 문을 연 편의점.
“매장 근처에 있던 빈 점포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편의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뻔했어요.”

광주 광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매장에서 100m가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 또 다른 자신 소유 편의점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걸어서 2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편의점 두 개를 갖게 된 김씨는 “지난해 동네 마트가 문을 닫은 자리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매출에 지장을 받을까 우려돼 본사에서 점주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인수를 결정했다. 졸지에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하게 됐는데 편의점 출점 제한 기준인 ‘담배권’ 거리가 이렇게 짧은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 업계가 과도한 출점을 막고 가맹점 간 상생을 도모한다며 마련한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이하 편의점 자율규약)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근거리 출점 제한 기준이 미흡한 탓에 편의점 업계의 출점 경쟁이 과열되면서 동네마다 편의점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어서다.

11일 편의점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에 따라 시행된 편의점 자율규약이 올해로 시행 6년째를 맞았다. 규약에 따라 기존 편의점 50~100m 이내에는 신규 출점이 제한된다. 거리 제한 기준은 지자체별로 지정한 ‘담배 소매인 지정거리’와 동일하다. 광주의 경우 5개 자치구 모두 담배 소매인 영업소 간 거리 제한은 50m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편의점은 기존 점포에서 50m 이상 떨어진 곳에만 신규 출점이 가능하다.

하지만 편의점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거리 제한 규약의 실효성이 떨어져 과밀화 해소와 가맹점 간 상생이라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점주들은 편의점 출점 제한 거리가 짧은데다 이마저도 직선거리가 아닌 보행자 도보거리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사실상 근접 출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광산구의 또 다른 편의점 점주 최모(60)씨는 “50m 거리는 아주 짧다. 도보로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매장 맞은편에 있는 한 카페 자리를 다른 편의점 브랜드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며 “안 그래도 이 동네에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도보 5분 거리에 편의점만 3개가 있는데 바로 건너편에 경쟁업소가 생긴다면 매출 타격은 불보듯 뻔하다”고 푸념했다.

실제 최씨의 편의점과 도로 건너편의 카페 간 직선거리는 약 40m정도로 자율규약 제한거리인 50m 이내에 해당돼 신규 출점이 불가능하지만 도보거리를 기준으로 삼는 담배권 거리제한을 적용하면 50m 이상으로 늘어나 출점이 가능해진다. 담배 소매인 영업소간 거리는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통행로를 이용한 측정만 인정하고, 무단횡단 등 차도를 건너야만 하는 직선거리 측정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 브랜드 간 공격적인 마케팅과 출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업계는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개별 가맹점은 과다 출점으로 인한 매출 하락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편의점 업계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백화점(2.6% ↑), 대형마트(2.1% ↑), SSM(4.6% ↑)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반해 편의점 개별 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개별 백화점(2.1% ↑), 대형마트(4.3% ↑), SSM(2.0% ↑) 등과는 달리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편의점 가맹점 한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 호황으로 각 본사에서는 자리가 나기만 하면 출점시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점포 과밀화로 가맹점주들의 실익은 줄어들고 있다”며 “자율규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지역마다 제각각인 담배 소매인 지정거리 기준이 아닌 편의점 간 거리를 새로 제정하는 등 거리 측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