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공원조성추진위원회 등 광주 지역 6개 시민단체는 지난 8일 광산구 홍범도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헌법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임시정부의 군제가 국군의 역사”라며 “홍범도 흉상 철거를 강행한다는 것은 국군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 백지화를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행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독립전쟁의 영웅을 기리기 위해 만든 흉상을 육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철거하고 기념관으로 옮기라는 지시는 누구인가’도 물었다.
홍범도 장군은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의 승리를 이끈 독립운동가다. 1920년 6월 최진동 장군과 함께 독립군을 이끌고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군 157명을 사살했다. 항일무장 독립투쟁 역사상 최초의 전면전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는 4개월 뒤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대첩 승리로 이어졌다. 그 공로로 박정희 정부 당시 훈장이 추서됐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는 당시 완공된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외면한 채 단지 공산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산주의자로 폄훼하는 것은 편협한 인식이다.
탈냉전시대 이념논란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강대국의 자기 이기주의와 북한의 안보위협 등으로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실익이 없는 흉상문제로 분란을 불러오는 것은 국력 낭비다. 정부는 어쩌면 지엽적인 흉상 이전계획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리는데 매진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은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