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하얀색이 유행하면 경기가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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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하얀색이 유행하면 경기가 회복”
(211) 색채와 생활 그리고 기업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 입력 : 2023. 08.15(화) 14:45
올림다장조.
●색채와 소리

실내음악은 매우 부드럽고, 미묘한 색채 농담을 가진 수채화와 같다. 각 악기는 자신의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그 악기의 특별한 성질이다. 눈과 귀의 차이로 관찰자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는 있으나 문제 되지 않는다.

라비냐(Lavignac)는 그의 저서인 음악과 음악가들에서 5가지 색을 악기와 연결하였다. 하얀색과 회색 그리고 검정색은 타악기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케틀드럼(kettle drum)과 같이 저음을 내는 북들은 다양한 소리로 어두운 커다란 구덩이를 만든다. 사이드 드럼(side drum)의 연속적인 음은 회색빛을, 트라이앵글(triangle)은 은색 빛으로 표현된다. 피아노의 음악은 연필로 그린 소묘, 목탄 스케치, 판화와 같이 검은색과 하얀색이다.

피아노곡의 속도는 비바체(vivace, 악보에서 빠르고, 활발하며, 생기 있게 연주하라는 의미)이다. 알토 쉴러(Alto Schiller)는 <동질의 원리>에서 하얀 굴렁쇠는 렌토(lento, 이탈리아어로 느림)의 속도와 같은 의식이다.

많은 작곡가가 실제로 색과 음조를 짝짓는데,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Alexander Skryabin, 1872년~1915년)은 6가지 스케일을 언급하였는데, 하얀색 올림다장조(C)라고 했다.

천재 시인 랭보(Arthur Rimbaud, 1854년~1891년)는 시를 5가지 색으로 분류하였는데, 하얀색을 E라는 시와 같다고 했다.

●색채와 마케팅

마케팅 심리학자들은 지속적인 색 인상이 90초 이내에 이루어지고, 그중 60%가 사물, 장소, 개인, 환경의 수용과 거부를 결정짓게 된다고 조언하였다.

하얀색이나 파스텔 톤은 빛의 반사율이 높고, 물체 표면에 열을 갖지 않으므로 냉장고 색으로 많이 사용된다.

포스트모던 디자인에서 하양은 중요한 색이다. 포스트모던의 하얀색은 다른 색들을 가장 아름답게 드러내는 바탕색이다. 일반적으로 하얀색이 유행하면 경기가 회복된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색은 하양보다는 검정 위에서 더 광채를 발하기 때문에, 색채 디자이너들은 하얀색 바탕보다 검은색 바탕을 더 선호한다.

판코스트(Pancoast, S.)는 그의 저서인 파란 광과 빨간 광(Blue and Red Light, J. M. Stoddart & Co., Philadelphia, 1877.)에서 하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는데, 하얀색은 빛의 본질이며, 건강에 유익한 작용을 자극한다. 한편, 사람들의 행동이 자포자기하거나 살벌해진 시대에는 심리적으로 자신을 지키는 수단으로 하얀색과 검은색이 유행했다.

1987년 『2000년』 지(誌)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로는 하얀색이 9.6%로 1988년 조사와 근사치에 가깝다. 이 두 가지 조사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색은 하양이다.

그 이유는 사회적 현상에서 찾아야 한다. 1980년대 말 사회적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면, 올림픽이 열리기 한 해 전인 1987년은 민주화 열풍의 기운이 감돌던 때이고, 1988년은 올림픽이 열리던 해로써 민주화의 열망이 가득한 해이기 때문이다.

2007년 한 의류업체에서는 계절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옷을 생산하였는데, 카멜레온 옷은 추울 때는 검은색이었다가 더울 때는 하얀색으로 바뀌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