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오페라 ‘외투’ 공연 모습. 출처 AZERNNEWS |
지난 2018년 푸치니 오페라 삼부작 탄생 기념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 ‘외투’.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필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하던 시절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삼부작>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특히 이 세 작품 중 <외투>는 너무 매력적인 작품으로 강력하고 스산한 음향과 마지막 살벌할 정도로 비극적인 죽음과 그 뒤에 다가오는 고요함은 당시 필자에게 감동을 넘어선 충격으로 다가오는 작품으로 뇌리에 남았다. 이러한 색다른 푸치니와의 만남은, 후일 필자가 푸치니 연구에 매진하게 되는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푸치니 오페라 ‘외투’ 공연 중 미켈레가 자신의 연적 루이지와 조르제따를 죽이는 장면.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이번에 이야기할
오페라 ‘외투’에서 루이지 역으로 열연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미켈레는 차가운 조르제따의 반응으로 남자가 있음을 직시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미켈레는 배 위로 나와 담배 파이프에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불을 켜는데 그것을 신호로 오인한 루이지가 모습을 보인다. 미켈레는 그가 조르제따와 불륜의 남성임을 직감하고 선상에 등장한 루이지의 목을 졸라 자백시킨 후 그를 죽이고 시체를 자신의 외투안에 숨긴다. 그때 조용한 소란에 조르제따는 겁에 질려 등장하고 미켈레는 분노로 외투를 펼쳐 루이지 시체에 그녀의 얼굴을 들이대며 죽여 버린다. 둘의 시체를 두고 미켈레는 “흘러라, 영원한 강이여. 깊은 수수께끼를 숨긴 채 괴로움의 초조함은 그칠 날이 없다”고 고뇌를 독백하며 막이 내린다.
오페라 ‘외투’ 포스터. 출처 리꼬르디사 |
국내에서는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부파 오페라 <잔니스끼끼>가 인기 있는 작품으로 자주 무대에 올려지며, 출연자 전원이 여성인 <수녀 안젤리카>가 가끔 올려지곤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작품인 <외투>는 드라마틱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지배해야 하는 성악가의 부재와 너무 무거운 주제로 인해 자주 연주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세 작품이 함께 올려지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내년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이한다. 국립오페라 극장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는 푸치니를 기념하기 위한 오페라를 준비 중이다. 이탈리아 로마 오페라극장은 2023-2024시즌 오페라로 <삼부작>을 공연한다. 20여 년 전 이탈리아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만났던 <삼부작>, 당시 영웅적인 목소리로 유학도 들의 우상이었던 테너 마르티누치를 만났던 기억이 가슴을 뛰게 한다. 기회가 다시 된다면 로마에서 <삼부작>을 만날 수 있길 소원한다.
광주에서도 브랜드 있는 오페라가 제작돼 매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세계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푸치니의 작품이면 참 좋을듯 싶다. 푸치니의 <라 보엠>을 매년 12월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만날 수 있듯이, 대한민국에서 오페라 <라 보엠> 또는 <잔니스끼끼>를 보고 싶으면, 광주를 찾을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한, 한 작품의 고도화와 지속성을 지역 오페라계나 예술계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가장 스펙트럼이 넓은 공연문화예술은 오페라다. 가장 시민들이 많이 찾는 시립 교향악단 공연과 함께 강력한 티켓 파워를 보여주는 단체 역시 광주 시립오페라단이다. 융복합 예술이 대세인 이 시대, 시대정신을 투영하고 재미와 예술성까지 광주 오페라의 도약을 꿈꾸며, 내년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위한 멋진 공연을 기대해 본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