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정단상·이명노>예결위원장 이명노, 밤샐 준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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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이명노>예결위원장 이명노, 밤샐 준비 됐습니다
이명노 광주시의원
  • 입력 : 2023. 07.13(목) 12:55
이명노 시의원
7월3일 시민들께 다소 파격적인 기사가 전해졌다. 역대 최연소로 20대인 시의원이 당선된 지 1년째, 그 20대 의원이 이번엔 광주의 1년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이 됐다는 소식이다. 시민들을 놀라게 해드린 것에 대해 필자의 마음을 전하고자 담담한 기고를 적어본다.

2차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위한 회기를 한 주 앞둔 지난 3일, 필자는 시의회 예결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역임할 때와는 다른 역할로 다른 공간인 의회에서 처음 들어본 의사봉 무게감은 사뭇 달랐다. 예결위의 심의 결과가 광주의 1년을 좌지우지하며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이 전해지는 모습을 수차례 본 탓일지도 모른다. 예결위 심의가 시작되면 각 상임위에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결정지은 내용들이 원안대로 의결되길 조마조마 기다리는 일도 숱했다. 행정이 옳게 운영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모이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맺는 의사봉이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시민 경제가 갈수록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오는 책임의 무게감도 있었다. 예결위는 광주의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모이는 마지막 관문이며, 이 관문을 어떻게 통과하는지에 따라 1년의 광주는 물론 앞으로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시민들의 대리인인 의원들의 의사를 조정하는 역할의 무게가 느껴졌다.

‘기대 vs 우려’, 예상했던 보도들이 나왔다. 마침 모든 예결위원이 초선으로 포진된 라인업에 가장 젊은 의원이 위원장을 맡으니 당연한 이치였다. 20대 의원으로 당선된 후 숱한 인터뷰로 전했던 마음가짐을 더 강하고 구체적으로 상기한다. 이제 그 우려마저 반가운 관심으로 느끼며 이에 마땅한 응답인 포부를 크게 세 가지로 전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 예결위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필자가 앞서 언급한 숱한 인터뷰와 질문에 대해 매크로처럼 했던 답변과 같은 이유다. 정치적으로 빚지지 않고, 지역사회 안팎으로 사적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이 필자를 비롯한 젊은 초선 의원들의 큰 강점이다. 예산을 심사하는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마침 정무창 의장께서도 취임 1주년 소회에서 이 말씀을 시민들께 전한 바 있듯, 앞으로 1년간 소신껏 결정하는 예결위를 보여드리겠다는 포부를 전한다.

두 번째 포부는 그 방법에 대한 문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다. 의원들 먼저 시작하는 반듯한 모습으로 예산심의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소위 ‘쪽지예산’이라고 하는 방식이 맹목적으로 악한 것은 아니다. 주민의 소중한 목소리를 실현하고 집행부에서 놓친 일들을 만들 수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 절차는 잘못됐다. 각 주무 부서에서 기획하고 수립한 예산을 예산실과 기획조정실 등 상부를 거쳐, 의회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심의한 뒤 본회의에서 통과하는 룰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앞선 절차를 거치며 설득하지 못할 예산이거나, 의도적으로 거치지 않은 예산은 위험한 예산일 확률이 높다. 다행히 지금까지 9대 의회 의원들 모두가 떳떳하게 임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표본이 될 수 있는 장치를 의원들과 함께 구상해 다가올 2024회계연도 본예산 심의에서 그 장치를 선보이겠다는 다짐을 전한다.

광주시의원들이 먼저 청렴한 모습으로 임하여 모든 공직자에게 귀감이 되도록 하겠다. 주민의 소중한 목소리를 정당한 절차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

끝으로 시의회 2기 예결위의 방점은 ‘가치’라는 포부를 밝힌다. 표나 선거, 눈앞에 있는 성과나 이익이 아닌, 가치를 유념하며 예산을 심의할 것이다. 임기가 4년이라는 선출직 대리인들의 제도적 맹점이 의원은 물론 단체장을 근시안적으로 만들곤 한다. 당장 내년에 어떤 성과로 박수를 받고 다음 선거에 임할지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예산심의와 투자가 장차 광주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다.

속도감 있는 광주 발전과 광주의 밝은 내일을 도모하는 최적의 전략은 이러한 가치로 가득 채워진 탄탄한 골격을 만드는 것이다. 100년 전, 뉴욕 센트럴파크를 만들어 다가올 100년의 뉴욕을 그렸던 역사처럼 광주의 내일을 그리는 작업에 광주시의회가 원팀으로 앞장서겠다.

이 세 포부를 갑자기 넓은 곳으로 이사 온 예결위원장실에 굵은 글씨로 적어두고 매일 유념하고 성찰하고자 한다. 기대하셔도 좋다는 말씀을 당차게 드리고 싶다. 이 포부들로 똘똘 뭉친 예결위는, 당장 다음 연도 예산 삭감을 피하려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행정 낭비 따위 없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