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언 연구원 |
광주시교육청에서 최근 10년간 실시되었던 광주교육종합실태조사 중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항목에서 눈에 띄는 결과는 학생의 사교육 참여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2시간 이상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학생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으며, 원하는 진로를 선택한 학생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이를 보였다. 2022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적 향상(36.2%), 선행학습(25.9%), 학교수업 보충(11.6%)이 사교육을 받는 주된 목적이었다. 학교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사교육을 받고, 학교 수업에 도움이 되도록 선행학습을 하고, 학교 수업을 복습하기 위해 다시 사교육을 받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학교와 학원에 제출해야 할 과제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공부를 하는 이유나 목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 중 다수는 목적 없는 공부, 자신의 적성과 흥미와는 동떨어진 학습을 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학생들 중 장래 희망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래 희망 진로를 결정한 학생은 2012년 61.8%에서 2022년 55.2%로 줄어들었다. 광주지역 학부모의 학교교육 만족도는 학력향상, 다양한 적성과 소질, 진로교육 부문에서 하락하는 추이를 보인다. 이는 학생들의 응답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여지는 결과이다. 학교교육에서 자녀의 학력을 뒷받침하는 교육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학부모의 비율이 늘고 있다. 특히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고 진로를 인식·탐색·계발하는 기회와 경험이 부족하다는 학부모들의 평가는 학교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021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 학부모가 생각하는 ‘자녀교육에서 성공했다’는 의미는 2010년에는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했다(25.8%)’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좋은 직장에 취직(22.5%)’, ‘명문대학 입학(22.1%)’ 순이었다. 인격적으로 완성된 인간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긴 하지만, 취업과 입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교육이 자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는 인식도 상당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21년 조사 결과에서는 ‘자녀교육에서 성공했다’는 의미에 변화가 생겼다.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했다(24.1%)’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적이었지만 그 다음은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한다(23.7%)’가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원하는 진로를 찾아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갖기를 원한다. 10년 전과 달라진 이러한 인식은 근본적인 교육의 목적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10년 만에 ‘사교육 대책팀’을 다시 꾸렸다. 사교육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의 근본을 흔들리게 하는 원인을 해결해보겠다는 의지이다. 사교육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신뢰를 제고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학교교육이 오히려 사교육을 유발하는 경우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학생들의 평가와 관련한 교육과정 내에서 선행학습 유무가 특정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전 과정에서 학생이 속한 가정의 소득, 교육 및 직업 등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교과학습뿐만 아니라 학생의 심리·정서적 학습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학생이 동등한 교육기회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하고, 진로·진학 교육에 있어서도 형평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교육 내실화의 방향은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당사자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서열화된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이 목적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인생을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