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하얀색 옷 입은 사람 혈압 재면 긴장 되어 혈압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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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하얀색 옷 입은 사람 혈압 재면 긴장 되어 혈압 올라
(207) 색채와 생활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 입력 : 2023. 07.11(화) 13:15
●색채와 옷

1836년에 독일 카이저 베드(Kaiser Bed) 간호단체에서는 푸른색 상의에 하얀색 앞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후드식 모자를 썼다. 이것이 오늘날 간호사 제복의 시작이며, 하얀색 간호 복장으로 보편화된 것은 청결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노동자들은 파란색 셔츠와 회색 셔츠를 입었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하얀색 셔츠를 입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노동자를 블루칼라, 사무직을 화이트칼라라고 했다. 미국 IBM의 초창기 직원들은 고용계약에 따라 1970년대까지 하얀색 셔츠를 입어야 했다.

19세기 하얀색 원피스는 문화의 가치를 대변하고자 하는 사회계층의 소속감 표시이다. 무도회에 데뷔하는 아가씨는 하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었지만, 죽은 자에게는 하얀색 수의를 입혔다. 그것은 나중에 하얀색 옷을 입고 부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중엽까지 속옷으로 몸에 닿는 무명류, 이불, 매트리스, 수건, 이불보들은 하얀색이었으나 점차 파스텔 톤의 색이나 체크무늬로 옮겨가면서 서서히 색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몸에 좋은 속옷의 색은 하양이며, 이 색은 대부분의 방사선을 흡수하여 몸에 전하므로 피부 미용이나 기관지 계통에 유익하게 작용한다. 특히 하얀 속옷은 감기를 치료하고, 신경계통이나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하얀색과 혈압의 관계는 무관하지만, 하얀색 옷을 입는 사람이 혈압을 재면 긴장이 되어 혈압이 올라간다. 핀란드에서는 약 1,4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하얀 혈압’이라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았고, 전체의 약 15%가 확인되었다.

하얀색은 전반적으로 위생적 또는 과학적으로 약효가 있다는 느낌을 주며, 지식과 동시에 순수함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하얀색 재킷을 입은 웨이터들이 서빙을 하는 곳에서 식사를 즐기며, 하얀색을 통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젖, 과거에 어머니로부터 입은 도움을 연상한다.

청결은 표피적인 의미이며, 순수는 심오한 의미이다. 청결과 순수는 하얀색을 연상시킨다. 특히 위생이 요구되는 물건은 하얀색을 주로 사용한다. 식료품을 가공하는 곳의 요리사, 제빵사, 정육점 직원,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흰옷을 입는다.

옛날에 수술실 실내의 색채는 하양을 사용했으나 1925년 플레그(Flag, P. J.)가 의사의 피로를 경감시킬 목적으로 수술실 벽면을 청록색으로 할 것을 제창하였다. 장시간 조직이나 체액을 주시하는 의사가 하얀색 벽면으로 눈을 돌릴 때 빨간색(내장 기관이나 혈액을 말함)의 보색인 청록색이 하얀색과 대비되어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보색 쇼크 방지를 위해서, 빨간색 피를 보는 수술실에서 하얀색 수술복은 쇼크를 일으키므로 청록색 수술복으로 교체되었다. 왜냐하면 청록은 잔상을 중화시키는 색채이기 때문이다. 벽과 수술복이 하얀색일 때 60% 이상의 의사가 현기증을 일으키고, 15% 이상이 졸도하였다. 특히 청록색 수술복에 피가 묻으면 갈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약하게 나타난다.

서양의 풍습에서 남자아이의 옷이나 물품들은 하늘색이나 엷은 파란색, 여자아이의 옷이나 물건들은 분홍색이나 엷은 핑크색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풍속에서는 남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하얀색 옷을 입혔다.

한국색채연구소 표준화팀에서는 1997년 11월 수도권 5개 지역과 지방 8개 지역의 1,5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제4차 선호도를 조사했다. 의류를 선택할 때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는 하양이 7%로 2위, 검은색과 하얀색의 선호 비율은 큰 차이 없이 같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흑백에 대한 선호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