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육의창·하정호>같은 목적에 이르는 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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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교육의창·하정호>같은 목적에 이르는 두 길
하정호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설립추진단 과장
  • 입력 : 2023. 07.09(일) 14:26
하정호 과장
지난 5일 광주시교육청이 재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서 시의회를 통과한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가 시행됐다. 이 조례에 따르면, 교육감은 대안교육기관의 안정적인 지원을 위하여 광주시장에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1조 제9항에 따른 운영비를 요청할 수 있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비와 대안교육기관 운영 지원비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1조 8항은 “시ㆍ도 및 시ㆍ군ㆍ자치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구역에 있는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의 교육에 드는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고, 제9항은 “교육ㆍ학예 진흥을 위하여 제2항 및 제8항 외에 별도 경비를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지자체는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에만 교육경비를 보조하고, 대안교육기관들은 학교밖청소년지원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지원해 왔다. 굳이 “제8항 외에 별도 경비”의 형태로 교육청을 거쳐 예산을 지원해 오지 않았다. 그러니 시가 대안교육기관들을 지원하고 싶다면 예전처럼 계속 지원해도 된다. 그런데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하려는 걸까? 광주에 앞서 심각한 내홍을 치른 서울의 사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를 마련하고 서울시에 신고한 대안교육기관에 인건비와 프로그램비, 급식비뿐만 아니라 임차금과 입학준비금까지 지원해 왔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시교육청으로 대안교육기관이 등록하게 되자, 서울시의회는 지원 조례를 개정해 시장이 지원계획을 교육감과 협의하고 계속해서 대안교육기관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지자체의 예산 편성권을 제약한다며 재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청으로 등록한 대안교육기관은 교육청이 지원하고, 서울시는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은 대안교육기관만 지원하겠다는 논리였다. 그래도 민주당이 다수였던 시의회가 시교육청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시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정안을 재의결하자, 오세훈 시장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까지 제출해 갈등이 커졌다.

지방선거 뒤 시의회의 주인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논란이 된 시의 대안교육기관 지원조례는 폐지하고, ‘서울특별시교육청 대안교육 및 위탁교육기관 지원 조례’를 새로 만들었다. 시가 해오던 대안교육기관 지원을 시교육청이 하되, 교육청에 등록한 대안교육기관까지 시가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경비의 보조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관련 조례도 고쳤다. 이렇듯 서울시의 교육경비 지원 조례 개정과 시교육청의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제정은 심각한 갈등에 뒤이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가 예전처럼 계속해서 대안교육기관들을 지원하기를 바랐지만, 오세훈 시장이 이를 막아서고 국민의힘 의원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자 시의 예산을 교육청이 받아서 지원하는 형태로 타협한 것이다. 하지만 재의 요구 시한을 하루 앞둔 긴급 토론회에서 서울대안교육협의회의 송민기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예전에 비해 대폭 줄어든 서울시의 예산마저 언제 끊길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학교 안팎의 청소년들이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국가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이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누구나, 언제라도, 어디서든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평생교육의 권리도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틈바구니에서 명목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독특한 제도 때문에 ‘학교 안’의 ‘학생’들은 교육부와 학교가, ‘학교 밖’의 ‘청소년’들은 여성가족부와 청소년기관들이 지원해 왔다. 학교를 떠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것은 대안교육기관 종사자들에게 내맡겨졌다. 이들의 봉사와 헌신을 공적인 영역에서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대안교육기관법은 그 시작이다. 이제부터라도 어떤 교육을 어떻게 공적으로 지원할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합의해 가야 한다. 일주일 전,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모든 시민이 삶과 학습으로 하나 되는 광역평생학습도시로서의 전환”을 선언했다. 아직은 시와 교육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안교육기관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같다. 머지않아 두 길을 걷는 시와 교육청이 같은 목적지에서 기쁘게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