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2-2>“시민 위한 공원, 시민 의견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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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일주이슈 102-2>“시민 위한 공원, 시민 의견에 귀 기울여야”
● 풍암호수 찾은 시민 만나보니
“민간사업자 이익 우선되면 안돼”
“오염물질 실태조사로 수질 개선”
수량 줄이면 생태계 악영향 우려
  • 입력 : 2023. 06.18(일) 18:46
  • 김해나 기자·전해연 인턴기자
18일 폭염특보에도 불구, 풍암호수를 찾은 주민들이 가벼운 복장으로 산책하고 있다.전해연 인턴기자
“풍암호수는 도시 내 호수로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데 민간사업자의 이익이 우선돼서는 안됩니다. 시민을 위한 호수로 거듭나기 위해 원형보존이 필요합니다.”

18일 오전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광주 서구 풍암호수에는 산책을 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무더위에 그늘에 앉아 풍암호수를 바라보며 휴식 중이던 대다수 주민들은 풍암호수의 원형보존 없는 수질개선에 반대했다.

공원에서 조깅하던 이정(52)씨는 “도시 내 호수가 있는 곳은 특별하다. 원형보존을 할 수 있음에도 왜 안 하려고 하는지 의문이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광주시 입장에 대해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고 하는데, 소통이 막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풍암호수의 수질개선은 사업자 부담임에도 원형훼손을 용납해주는 광주시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매일 풍암호수 공원을 찾는다는 점순(68)씨는 “처음 강기정 광주시장이 했던 (원형보존) 약속을 책임져야 한다. 주민들이 산책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의미 있는 공간에 민간사업자의 이익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산책길을 걷던 최석승(80)씨도 “도시에 걸맞은 호수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 뚜렷하게 마련돼야 한다. 아파트 업자의 이익을 위한 호수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호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화(70)씨는 “광주시가 제안한 방식은 아파트 업자를 위한 것이다. 현재도 좁지 않고 충분한 산책로 넓이를 넓힌다는 것은 수량조절 방식을 고집하기 위한 핑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주영(48)씨는 “시민을 위한 공원 조성이 목적이면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과연 민간사업과 연동하는 것이 옳은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풍암호수 수질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박용만(66)씨는 “풍암호수 오염 물질에 대한 실태·전수조사를 해 별도 관로를 만들어서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새로운 물을 유입시켜야 한다”며 “주민들의 불신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형보존 약속을 번복한 강기정 시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전예준(28)씨는 “강 시장의 입장이 오락가락 번복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수량을 줄이면 ‘집중호우 시 수해 우려가 높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과연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내린 결론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도 원형훼손을 통한 수질개선엔 부정적인 입장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수심을 낮추고 지하수를 유입하는 민간사업자의 수질개선 방식이 과연 풍암호수 수질을 3급수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광주시는 풍암호수를 원형 보존하겠다고 주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노(서구3) 광주시의원은 “강기정 시장과 광주시는 주민들이 원하는 풍암호수 수질개선 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외부에서 물을 정화해 공급하는 방식은 정화시설만 3~4층 크기의 장치가 들어가야 가능하다”며 “차라리 호수 안팎에 정화를 같이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 호수를 분리해 정화용 호수에서 정화된 물을 본 호수로 공급하는 방법, 또는 지상 정화 방식이 아닌 형태도 가능하다. 폭포로 떨어뜨려 정화기능과 경관기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안들도 많다”고 의견을 내놨다.
김해나 기자·전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