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CR은 씨앗>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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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전남일보] CR은 씨앗>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세계
창의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씨앗이다
  • 입력 : 2023. 06.08(목) 16:29
전세계에서 모인 One Club for Creativity의 이사회 멤버
1 뉴욕 맨하탄의 한복판 미드타운 31번가, 허드슨 강을 그리 멀지 않게 옆에 두고 원클럽포크리에이티비티(One Club for Creativity)의 사무실이 있다. One Club for Creativity는 창의력 증진을 위해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이 곳에서 주최하는 페스티벌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광고/브랜딩/디자인/IT 분야에 수상하는 ‘원쇼(One Show)’와 올해로 102회째를 맞이하는 ‘아트 디렉터스 클럽(Art Directors Club)’, 그리고 30세 이하의 주니어 크리에이터들에게 시상하는 ‘영원스(Young Ones)’가 그것이다. 이 중 올해 50회를 맞이한 One Show는 광고 마케팅계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꿈의 구장같은 존재로 칸 라이언즈, D&AD와 함께 세계 3대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Art Directors Club 시상식은 그 횟수가 알려주듯 전세계 아트디렉터 커뮤니티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행사며, Young Ones는 미래의 크리에이티브 레전드를 발굴하는 오디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One Club for Creativity는 흑인의 크리에이티브 DNA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크리에이티브 스쿨(Creative School)이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재능은 있으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흑인을 대상으로 한다. 수강료는 무료다. ‘차세대 크리에이티브 리더(Next Creative Leader)’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전세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3%에 머물러 있기에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의도다.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내로라하는 크리에티브 디렉터들이 평가해주는 포트폴리오나잇(Portfolio Night)이란 프로그램도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One Club for Creativity의 철학인 ‘다양성(Diversity)과 포용성(Inclusion)’의 가치를 어떻게 현실에 장착시키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부족한 영역은 전폭적 지원을 통해 끌어올리고, 프로페셔널 영역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상을 통해 부추켜줌으로써 크리에이티브를 통한 상생의 가치를 전파한다.



‘젠더중립 디자인’이란 주제로 강연하는 어거스트 탱(August Tang)


2 One Club for Creativity가 주관하는 ‘크리에이티브 주간(Creative Week)’ 이 지난 5월15일~19일까지 뉴욕에서 열렸다. One Club for Creativity의 ‘국제이사진(International Board of Directors)’자격으로 초청받아 참석한 나는 일주일간 크리에이티브 즙이 듬뿍 담긴 빅애플 뉴욕을 한껏 만끽했다. 월,수,금요일엔 각각 Young Ones, Art Directors Club, One Show의 시상식이 있었고, 목요일엔 미국내, 해외 이사진 멤버들이 한 데 모여 One Club for Creativity의 행사와 운영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보드 미팅이 있었다. 일 년 네 번의 정기미팅 중 두 번째로 코로나19 이후 비로소 얼굴을 맞대는 자리였다. 반가운 자리엔 끊임없는 허그가 이어졌고, 이어진 공식 만찬에서도 떠도는 대화들로 방안이 가득했다. 보드 미팅에선 여러 주제가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대화는 AI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흘러갔다. AI는 생명없는 기계이기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것인데, 그렇다면 인간이 져야 할 책임(human’s obligation)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지구촌 어디든지 AI에 대해 느끼는 저항감은 같고, 그에 대한 인간의 지혜로운 대처 방법을 찾자는 의견도 일치한다. 그러나 정답이 있겠는가, 개인의 건설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것일 뿐. 대화의 마지막 무렵 AI의 윤리성은 인간의 윤리성에 달려있다며 AI가 인종차별(Racism)을 생산한다고 언급한 엔터테인먼트계의 거물 지미 스미스(Jimmy Smith)가 토론을 끝막음했다. 인종주의가 언급되면 모든 논의는 끝을 볼 수밖에 없다.



5일 동안 연속으로 매일 아침 가벼운 토크 세션이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주제는 ‘젠더중립 디자인(Genderless Design)’이었는데, 무엇보다 젠더중립이란 주제가 정치적 어젠다로 부상하는 것을 넘어 실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강연자로 나선 디자이너 어거스트 탱(August Tang)도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안가는 모호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그 또는 그녀(영어로는 They라고 표현한다)가 디자인한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기존의 남녀를 뚜렷하게 상징하던 색상(짙은 파랑, 짙은 핑크)이 아닌, 명도와 채도가 높지 않은 중립톤의 컬러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여성용품 모바일 앱에 기존 남성용품에서 사용하던 강인한 느낌의 폰트를 의도적으로 활용하여 젠더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없애려 한 점도 눈에 띈다. 그/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젠더 유동성(Gender Fluid)’이란 단어는 요즘 젠더 중립을 대변하는 키워드인데, 기존의 젠더 중립을 뜻하는 단어 ‘Gender Neutrality’ 가 정치적 맥락에서 생성됐기에 꼰대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Gender Fluid’는 가벼우면서도 젠더 중립을 표방하는 당사자들에게서 나온 말이라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한 학부모에게서 들은 얘긴데 놀랍게도 한국 초등학교에서도 Gender Fluid란 용어가 힙한 트렌드처럼 활용되고 있다 한다. 젠더 중립의 강연이 끝나고 점심먹으러 간 레스토랑의 화장실 문에 표기된 ‘모든 젠더(All Gender)’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면에서 트렌드가 앞서가는 곳이 뉴욕이다 보니, 그 트렌드가 실제 현상으로 드러나는 것 역시 뉴욕이 가장 빠르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관점을 유지하지 않으면 살아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올바른 일이기에,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고 자신과 관점이 다르더라도 이해하려 노력하고 티내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사피엔스에게 주어진 새로운 책무다.



맨하탄 센터에서 열린 One Show 시상식


3 마지막으로 이번 크리에이티브 주간의 하이라이트인 One Show의 시상식을 소개할 차례다. One Show는 27개의 카테고리에 출품된 기라성같은 솔루션에 대해 각 카테고리별 그랑프리, 금, 은, 동, 메리트 그리고 파이널리스트를 발표하고 시상하는 자리다. 시간 관계상 현장에서는 금상 이상만 시상을 진행한다. 무엇보다 하이라이트 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것은 각 카테고리의 그랑프리 중 모든 심사위원이 단 한 표만을 행사하여 일종의 그랜드 그랑프리를 선정하는 것이다. 공식 용어로는 ‘Best of Show’로 표기한다. 이번에 Best of Show의 영예를 품은 것은 애플이 만든 ‘The Greatest’란 프로젝트다. 애플이 작년 국제 장애인의 날(12월 3일)을 맞아 준비한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들이 애플 디바이스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일반인처럼 편하게 필요한 일을 해결하는 상황을 보여 준다. 이 프로젝트는 One Club for Creativity의 철학이기도 한, 아니 이 세상의 금과옥조와 같은 철학이 된 ‘다양성과 포용성’의 주제를 잘 녹여냈다. 내용 중엔 위험 상황을 텍스트 알람으로 알려주는 애플 워치의 기능을 통해 울고 있는 아이를 인지하고 안아주는 청각장애인 엄마, 이미지 설명 기술을 통해 자신이 입을 무대 의상을 직접 고르는 시각장애 연주자, 보이스 커멘드 기능을 통해 휠체어에 앉아 자신의 셀피를 찍고 편집하는 장애인, 발가락으로 Accessive Touch 기능을 활용해 메이크컵 레퍼런스를 쉽게 찾는 양팔 절단 장애인 등이 등장한다.



‘Best of Show’를 수상하는 신체절단 장애인


특히 이번 Best of Show 시상식에는 자신의 발로 메이크업을 하던 바로 그 양팔 절단 장애인이 무대에 올라 수상함으로써 극적인 감동을 자아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의 이러한 프로젝트는 지속될 것이다. 애플이 ‘크리에이티브 샵(Creative Shop)’이란 일종의 광고조직을 내재화한 것도 그들이 보여줄 지속가능의 세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함이다. 영상에 계속 등장하는 “내가 세상을 뒤흔들거야!(I shook the world).”라는 카피는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했던 말이다. 이 프로젝트의 제목 ‘The Greatest’ 역시 알리가 던진 말(I am the greatest!)이기도 하다. 파킨슨 병을 앓았던 알리는 장애인의 인권을 위한 활동에 전념했었다. 그것이 그를 더욱 위대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그 누구도 기술의 누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포용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과 브랜드의 행보는 계속 될 것이다.



4 이번 One Show행사에서도 밝혀졌지만, 전세계의 파워 브랜드는 PR의 목적을 제품의 특성을 전달하는 일차원적인 수준에 두지 않고 제품의 특성이 어떻게 지속가능의 세상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에 맞춘다. 사회적 가치를 높이면서도 동시에 브랜드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구 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인류는 여전히 전쟁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은 공동의 선을 위해 어깨를 겯고, 머리를 맞대라는 것이다. 생명없는 브랜드가 이렇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어젠다를 이끌어가는데, 생명을 가진 인간은 아직도 패권과 권력 장악을 위한 다툼을 일삼고 있다. 심지어 지속가능의 주제를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개보다 못한 인간이란 옛말이 있었는데, 곧 브랜드보다 못한 인간들이란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김홍탁/

- 전남일보 총괄 콘텐츠 디렉터

- International Board of Directors_One Club

for Creativity

- 전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이노베이션 그룹 마스터

- Cannes Lions, New York One Show,

London International Awards, Clio 등 국제

광고·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수상, 심사, 스피치

- 빌게이츠재단+Cannes Lions, UN+One Show

주관 지속가능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에 심사위원·멘토로 초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