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0-2>‘귀한 몸’ 외국인 노동자… “일당 15만원에도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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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00-2>‘귀한 몸’ 외국인 노동자… “일당 15만원에도 힘들죠”
무안군 해제면 양파농가 가보니
인력난 속 숙련된 인부 부족 심각
수확기 놓치면 장마철 품질 하락
5개월 체류 계절근로자 도움 안돼
  • 입력 : 2023. 06.04(일) 18:35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와 농부들이 지난 2일 무안군 무안읍의 한 양파밭에서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인력난도 심하지만, 숙련된 작업자가 없어서 답답할 노릇이죠. 5개월만 일하고 다시 떠나는데, 일을 잘하기 쉽지 않죠.”

지난 3일 오전 찾은 무안군 해제면 양월리. 이곳에서 1만여평(3만3057㎡) 규모의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이성모씨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이씨는 “수확 시기를 놓치면 작황이 안 좋아져 수확량이 뚝 떨어진다”며 “심고 뽑고 선별하는 작업이 시기에 맞게 잘 이뤄져야되는데, 일 할 사람이 없으니 올해도 수확량을 걱정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이맘때쯤 전국 양파 최대 주산지인 무안에선 ‘인력 모시기’전쟁이 벌어진다. 무안에서는 저장성이 높고 내한성이 뛰어난 만생종 양파가 주로 재배되는데, 6월이 본격 수확철이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행여라도 수확기를 넘기면 장마철에 접어든다. 비를 맞으면 양파 품질이 떨어져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된다.

앙파 뿐 아니라 마늘 수확에 고구마·고추 정식 등 밭작업은 물론 보리 수확, 모내기 등 논일까지 온갖 농사일이 이 시기에 집중돼 일년 중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달이다.

이씨는 “이 시기에 보통 100명 정도의 인부가 필요하다. 50마지기를 작업하는데, 한 마지기(200평 규모)에 보통 양파 줄기 뽑는데 1명, 대 자르는데 1명 씩 총 2명이 투입된다”며 “또 망에 담을 때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다. 기계화가 됐다고 하지만 농사일은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난은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인력은 부족한데, 일손은 필요하니 노동자들 몸값은 천정부지다. 과거에는 일당 13만원이면 해결됐지만, 지금은 15만원을 줘야 인부들을 겨우 구한다는게 이씨의 설명이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일손이 필요한 일정 기간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게 정부가 비자 등을 해결하고, 임금을 지원한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2274명 들어왔다. 전년 대비 183%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정작 농촌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다. 숙련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또 계속되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농번기 인력 수급 대책이 단순 소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연속성 있는 정책 마련의 목소리도 높다.

그는 “하루 일당을 15만원씩이나 주고 고용했는데, 효율은 그만큼 안 나온다”며 “5개월 일하고 떠났다가 내년에 또 다른 인부들이 일하러 오는데, 숙달이 되겠나. 일이 손에 익을만 하면 떠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숙한 계절근로자들의 도움이라도 절실하다. 당장 이번 주를 넘기고 또 비가 내리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숙한 계절근로자들의 도움이라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씨는 “최근에도 인부 20여명이 일하러 왔는데, 속도가 안나 다른 인부들을 고용했다. 교육 시키는데만 하루가 걸린다. 인력난도 심각한데, 숙련된 인부들을 구하는 것도 문제”라며 “숙련된 이들은 1만, 2만원이라도 더 줘야한다. 양파농사 지어서 한 마지기당 300만원 정도 수익이 나는데, 인건비에 남는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짧은 기간 일하고 출국하는 현 제도는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 모두 힘들게 하는 제도다”며 “작물마다, 지역마다 일손이 필요한 시기도 다르다. 숙련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계절근로자들이 장기간 농촌에서 연속성 있게 일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난에 인건비 상승 등으로 해마다 상황이 나빠지다보니 농가들은 농작업이 끝날 때까지 전전긍긍하며 걱정을 내려놓지 못한다. 인력중개소나 작업반장들과 크고 작은 시비가 붙고 언성을 높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요즘에 외국인 노동자들끼리 SNS로 소통을 하면서 1만원이라도 더 인건비를 준다는 곳이 나타나면 다른 현장으로 발길을 돌린다”며 “농가도 일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를 감소하면서까지 더 높은 인건비를 내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