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부처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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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부처의 가르침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5.26(금) 10:23
이용환 논설실장.
불교의 핵심 사상 가운데 하나가 공(空)이다. 지구상의 모든 만물이 찰나에 불과한 인연에 따라 존재할 뿐,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재물이나 명예는 물론 생각이나 관념 또한 스스로의 집착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이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이다.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다. ‘모든 존재는 오직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원효의 화엄사상도 본질은 ‘공’이다. 그렇다고 허무는 아니다. 어떤 가치 판단이나 개념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불교의 참 뜻이다.

‘나’가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도 불교의 철학이다. 석가모니는 절대적 자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이기심을 만들고, 이 이기심이 서로의 평화로운 삶을 해치는 근본적인 장애물이라고 봤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과 자신이 가진 것이 영원할 줄 알고 거기에 집착한다. 집착 때문에 여러 가지 고통도 받는다. 하지만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 석가모니도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포기하고, 놓는 것이 해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집착을 내려놔야 한다는 의미다.

불가에서는 또 이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한다. 인생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괴로움의 여정이라는 뜻이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고통, 집착 때문에 겪는 고통도 인간의 숙명이다. 모든 만물이 관계를 맺고 그 어떤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도 갖고 있다. 내가 있기 때문에 상대가 존재하고 동시에 내가 사라지면 상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기(緣起) 설이다. 특히 대자연의 모든 것이 하나의 그물코로 묶여 있다는 연기설은 현대 물리학에서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27일은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올해부터는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이 대체공휴일로 지정 돼 29일 하루 대체휴일이 주어진다. 성철스님은 생전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만큼 서로 상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는 불교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중심의 아집이 넘쳐나고, 많은 이들이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해를 헤쳐가고 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권력이나 재산, 명예의 본질은 본래 텅 빈 것. 부처님오신날 하루라도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내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부처의 가르침을 새겨 보자.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