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획시리즈> “후배들에 교훈 주는 훌륭한 교육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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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획시리즈> “후배들에 교훈 주는 훌륭한 교육의 장으로”
●5·18 43주년 - 학교 내 기념공간 조성하자 (끝)
사망 18명… 잊혀진 희생자 많아
관내 항쟁 참여자 전수조사 필요
“항일 독립·민주화운동으로 확장”
학술세미나·연구·계기교육 확대
  • 입력 : 2023. 05.23(화) 18:41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부설중학교 교정 내에는 모교 출신 김부열 열사를 기리는 추모비가 마련돼 있다. 해당 추모비는 5·18 추모기간에는 물론 상시적으로 계기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양가람 기자
1980년 5·18민주화운동 참여 학생들의 모교에 마련된 기념공간은 후배들에게 훌륭한 계기교육의 장이다. 교육 관계자들은 광주 뿐 아니라 전남지역 초·중·고 및 대학으로까지 범위를 넓혀 항쟁 참여자들의 명단과 출신학교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항일·독립·민주화운동 전반으로 작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5·18 항쟁 당시 희생자는 총 16개교 18명이다. 이 가운데 15개교(송원고·송원여상·대동고·동성고·살레시오고·숭의과학기술고·전남여상·조대부고·동신중·무등중·숭의중·전남중·조대부중·서광중·효덕초)에는 기념비나 기념식수, 흉상 등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항쟁 기간(1980년 5월23일) 사망한 황호걸 열사(당시 19세)가 다녔던 광주제일고등학교부설방송통신고에는 어떠한 추모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다. 황 열사는 시신 담을 관을 확보하고자 화순행 버스에 올랐다가 동구 지원동에서 매복해 있던 계엄군에 의해 습격당했다. 어려운 형편 탓에 공장에 다니며 방통고에서 공부하던 황 열사는 직접 시신들의 몸을 닦는 등 항쟁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5년 문을 연 광주제일고등학교부설방송통신고는 지난 1995년에 광주고등학교부설방송통신고로 통합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광주일고는 황 열사를 모교 출신 5·18 희생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황 열사를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해 놓는다거나 그의 업적을 학생들에게 따로 알리거나 하는 작업은 없었다. 그저 계기교육 기간에 맞춰 5·18의 전반적인 의미를 알리고, 교사 재량에 따라 황 열사를 잠깐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광주일고는 1929년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과 관련해서는 명예졸업장 수여 등 희생자들의 공적을 기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반면 1980년 5·18 당시 부상이나 구속당한 제일고 학생이 5명(김용관, 오춘환, 이홍재, 정움동, 탁상준)임에도 관련 작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황호걸 열사 등 모교 출신 5·18 참여자들을 기리는 공간이 조성돼야 하는 이유다.

강승구 광주일고 교감은 “광주학생독립운동과 관련해서는 학내에 기념탑이나 역사관 등 관련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5·18 관련해서는 (기념공간 마련과 관련해) 따로 논의된 바가 없다. 5·18 당시 적극적으로 항쟁에 참여하신 분들과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보니 5·18 계기교육 역시 전반적인 내용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다. 만약 교육청에서 관련 자료를 배포하거나, 황호걸 열사 추모공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우리도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항쟁 당시 희생자는 물론 관련 부상자, 참여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추모 및 계기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5·18민중항쟁고등학생동지회가 펴낸 증언록 ‘오월, 새벽을 여는 소년들’은 5·18 당시 청소년에 관한 가장 최신 자료다. 증언록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지역 5·18 관련(사망·부상·구속) 학생들은 △고등학교 58개교 237명(사망 23명) △중학교 17개교 37명(사망 7명) △초등학교 10개교 12명(사망 2명) 등 286명이다. 지역 대학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명단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이 궁극적으로는 광주지역의 항일 독립 민주화운동 전반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역사적으로 3·1운동, 4·19혁명, 6월항쟁 등 항일·독립·민주화운동의 중심에 광주지역 학생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4·19혁명 당시 광주여고 학생들이 학교 담벼락을 허물고 밖으로 나가 전남여고 학생들에게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서석초에서도 2·28독립선언의 핵심 인물들이 많이 배출됐고, 자연과학고는 3·1운동, 4·19, 5·18까지 3개 항쟁에 모두 참여한 광주지역 내 유일한 학교다. 하지만 해당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후배들에게 선배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표지석이나 역사관이 학내에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내 표지석이나 기념공간은 후배들에게 귀감을 줄 수 있는 ‘큰바위 얼굴’”이라며 “해당 인물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역사의 위대함을 강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선 5·18을 비롯해 항일·독립·민주화운동에 참여한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희생자뿐 아니라 열렬히 투쟁했던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학술 세미나 등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 이를 기반으로 학내 기념시설 정비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이귀순 의원은 “학교 내 5·18 기념공간 조성은 학생들에게 좋은 계기교육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속히 전수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회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