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시민을 향한 학살은 왜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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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시민을 향한 학살은 왜 일어났을까?
오월의 정치사회학
곽송연 | 오월의봄 | 1만7000원
  • 입력 : 2023. 05.18(목) 17:3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단
5·18민주화운동 공법단체와 시민단체 사이, 특전사동지회와 화합 행보를 둘러싸고 엇갈린 갈등 속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5월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을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 통합’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올해 기념식에는 특별한 손님이 광주를 찾았다. 최근에도 광주를 방문, 5·18 유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할아버지 대신 사죄의 뜻을 전한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에 내려온 계엄군을 둘러싼 5·18 관계자들의 엇갈린 의견들, 5·18의 최종 책임자 전두환의 핏줄인 손자의 진심 어린 사죄. 우리는 이 시점에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5·18 당시 가해자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책이 발간됐다. ‘오월의 정치사회학’은 기존 5·18 연구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 질문들에 답을 한다. 기존 5·18 연구는 피해자 서사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이 책은 ‘가해자’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5·18 발생 당시부터 제기되었던 핵심적인 의문, “왜 쏘았니? 왜 찔렀니? 트럭에 싣고 어디 갔니?”에 대한 학문적 답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즉 ‘그들은 어떻게 가해자가 되었고, 어떻게 학살에 참여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5·18을 ‘정치적 학살’로 규정한다. 반공주의 등 배제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군부권위주의 엘리트들이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희생시킨 학살사건으로 본다. 이 또한 여타 연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각이다. 저자는 국가가 저지른 여타의 폭력과 정치적 학살사건인 5·18을 구분해 분석하면서 5·18 연구사의 대표적 공백인 가해자에 대한 논의로 무게중심을 이전시킨다. 그리고 ·18 연구사의 또 하나의 공백인 ‘다른 지역 대중이 침묵한 원인’도 분석한다. 여기에는 언론 등 엘리트 집단의 침묵과 동조, 군부권위주의 정권의 5·18 왜곡과 망각의 정치가 큰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린다. 그리고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 구조의 단점으로 지적되어온 ‘지역주의 담론’은 5·18 학살 가해자들이 지배 효과를 위해 만든 신화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크게 네 가지 질문이 제시된다. “그들은 어떻게 학살의 가해자가 되었는가?”, “그때 왜 다른 지역 대중들은 침묵했나?”, “학살 그 후, 진실은 어떻게 가려졌는가?”, “도대체 학살은 왜 일어나는가?”.

5·18의 첫 번째 의문은 ‘가해자들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들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가?’이다. 보통 학살 연구자들은 가해자의 지위(지도자·고위간부, 정규군, 준군사조직)에 따라 그들의 학살 동인과 행동 양식을 구분해 설명하면서 이들이 잔학 행위에 나선 원인을 밝힌다. 지도자·고위간부는 학살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당하다’고 확고하게 믿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믿음에 따라 주저 없이 행동한다.

가해자에 대한 논리와 함께 다른 지역의 침묵 원인은 5·18 연구의 대표적인 공백으로 지적되어왔다. 저자는 우선 학살은 대중의 지지가 반드시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론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대중의 무관심과 엘리트의 침묵이 학살에 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5·18 당시 다른 지역 대중들은 왜 침묵했을까? 저자는 대중의 침묵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무관심을 유도한 국가의 담론 전략과 권위주의 정부에 동조한 언론을 비롯한 엘리트 집단의 행위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당시 국가의 담론 전략은 어땠을까?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은 ‘부인(denial) 전략’을 통해 5·18을 왜곡하거나 대중이 망각하게 했고, ‘지역감정’을 활용해 다른 지역과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우선 ‘발포’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언론과 지식인들의 태도도 대중의 무관심을 부추겼다. 제호를 가리면 어떤 신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당시 언론들은 5·18을 똑같은 편집 방향으로 왜곡했다.

책은 결론적으로 반인권 범죄와 배제의 이데올로기를 꿰뚫어 본다. 책을 통해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당시의 젊은이들은 광주사람들에게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했는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정치사회학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오월의 정치사회학.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