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획시리즈> “모교에 표정두 열사 추모공간 마련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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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획시리즈> “모교에 표정두 열사 추모공간 마련됐으면…”
●5·18 43주년-학교 내 기념공간 조성하자
<8>호남대
1987년 5·18 진상규명 촉구 분신
쌍촌캠퍼스 표 열사 추모비 세워
교정 옮기면서 2015년부터 방치
문 전 대통령 언급 후 명예회복
“모교 호남대, 추모사업 추진할 때”
  • 입력 : 2023. 05.18(목) 17:17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표정두 열사는 1987년 3월6일 “광주사태 책임져라”고 외치며 주한 미 대사관 앞으로 80m가량을 달리며 분신한 민주열사다. 지난 2021년 6월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표정두 열사 추모사업회 제공.
“아쉽죠. 추모비가 학교에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광주 서구 5·18기념공원 내 ‘표정두 열사 혁명정신계승비’ 글귀가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지난 16일 만난 이재식 표정두 열사 추모사업회장은 비석을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표 열사는 1987년 3월6일 “광주사태 책임져라”고 외치며 주한 미 대사관 앞으로 80m가량을 달리며 분신한 민주열사다. 1980년 5월의 직접적인 희생자는 아니지만, 5월 유공자로서의 위상과 자격이 충분한 열사다.

이 회장은 표 열사와 관련해 “잊혀져서는 안되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선배”라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표 열사와 직접적으로 만난적이 없다. 표 열사가 산화한 이듬해인 1988년도에 호남대학교 무역학과에 입학한 이 회장은 같은 학과 선배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1991년 동료들과 함께 광주 서구 호남대 쌍촌캠퍼스에 기념비를 세웠다. 오로지 선배를 기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뛰어다녔던 날들이었다.

이 회장은 “비석을 세울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민주 열사들이 인정받던 시절이 아니었다. 비슷한 이유로 경찰들도 기념비를 철거하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며 “비석을 지키기 위해 열흘 밤을 지새우면서 불침번까지 섰던 기억이 있다. 다치기도 했고, 친구들은 경찰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5·18기념공원 내 ‘표정두 열사 혁명정신계승비’ 글귀가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지난 16일 만난 이재식 표정두 열사 추모사업회장이 비섯을 바라보고 있다. 송민섭 기자.
그렇게 치열하게 선배의 정신을 지켰지만, 호남대 교정이 광산캠퍼스로 옮겨지면서 점점 희석돼 갔다. 추모비도 쌍촌캠퍼스가 2015년 문을 닫으면서 방치됐다. 표 열사의 기억은 그렇게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다 2017년 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표 열사를 호명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문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표 열사를 포함해 박관현·조성만·박래전 등 4명의 이름을 불렀다. 문 대통령은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달라.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의 언급 이후 표 열사의 명예회복은 급물살을 탔다.

2019년 광주시의 제안으로 명예졸업장이 수여됐다. 호남대 명예졸업장 1호 수여자다. 또 2021년 6월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이 수여됐다.

그럼에도 추모비는 모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당시 대학 측은 새 캠퍼스로 추모비를 옮기는 것에 대해 ‘허가받지 않은 시설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추모비는 두 번째 심의 끝에 2019년 9월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이 회장은 “후배들이 있는 광산캠퍼스로 가는 것을 바랬지만 쉬운일이 아니었다”며 “그래도 문 전 대통령이 기억하고 언급 해준 덕에 근 5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사업회 회원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던 이 회장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었다.

한참을 침묵 한 뒤 그는 “학교에 비석은 아니더라도 기념 조형물을 놓고 뜻을 기리는 것 정도는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또 80년 5월 희생된 사람 중에 호남대 출신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들을 발굴하고 찾아내서 추모사업 내지는 광산캠퍼스에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호남대 내부에서 표 열사를 비롯 5·18 당시 희생됐던 호남대 출신들에 대한 자료 발굴이나 추모사업 논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호남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따로 학교차원에서 추모사업 등을 열었던 적은 없다”면서도 “향후에는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