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5·18 43주년> 5·18 공법3단체 끝내 분열… 추모식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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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5·18 43주년> 5·18 공법3단체 끝내 분열… 추모식 퇴색
오월단체 공동 추모제 유족회만 참가
부상·공로자회 행사 시작 후 도착
“입장문 내용으로 공법3단체 다툼”
특전사회 화해·용서 등 적시 주요 원인
  • 입력 : 2023. 05.17(수) 19:05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제가 진행되고 있다. 정성현 기자
5·18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는 5·18 민중항쟁 추모식이 오월 공법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 내부 갈등으로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17일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 기조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3주년 추모식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엄수됐다.

국가 기념식과 별개로 5·18 유족회가 주관해 매년 열리는 추모식은 1부 희생자 추모제와 2부 추모식으로 나눠 개최됐다. 참석자는 5·18 유족·정치·시민단체 등 700여 명이다.

당초 1부 희생자 추모제는 양관석 5·18 유공자유족회 전남지부장·황일봉 5·18 부상자회장·정성국 5·18 공로자회장 등이 각각 초헌·아헌·종헌을 맡아 희생자들에게 헌작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제례를 진행한 10명은 모두 유족회원들이었다. 추모제 참여 예정자인 황 부상자회장과 정 공로자회장은 추모제 시작 10여 분 후 민주묘지에 도착, 추모식이 끝날 때까지 1열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황일봉 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노란 원)이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를 지켜보고 있다. 정성현 기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18일 공개될 ‘제43주년 5·18행사 마무리 인사말’ 조율 과정에서 유족회와 두 공법단체(부상·공로자회) 간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공법단체 관계자는 “원래 전통적으로 추모제는 세 단체가 함께하는 것이 맞다”면서 “인사말 수정 도중 입장차 등으로 기분이 상한 두 공법단체가 행사 전날 유족회에 불참 뜻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회 관계자도 “내용 조율 과정에서 부상·공로자회와 다툰 것이 맞다. (의견문에서) 특전사동지회 화해·용서 선언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러나 반영되지 않았다. 공법단체 의견문인데 유족회 입장이 전혀 담기지 않게됐다.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추모제를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본보가 입수한 의견문 원안에서도 해당 내용은 사실로 확인됐다.

‘제43주년 5·18행사를 마치며 올리는 인사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원안에는 △윤석열 대통령 및 정치권 참석에 대한 감사 △가해자-피해자의 43년 만의 화해… ‘국민통합 선언’ △5월 영령 위에 세워진 과학기술원·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한 노력 당부 등이 기재됐다.

특히, 국민통합 선언에서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끝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는 유족회 없이 부상·공로자회만 적혔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개인의 감정에 공(公)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안민구 유공자의 아내 박정순(92)씨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5월만 되면 항상 마음이 저릿하다. 추모식 때는 특히나 더 (가족이) 생각난다”며 “추모제는 피해 당사자·유가족들이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고 숭고한 광주정신을 잇기 위해 진행하는 것 아닌가. 오늘처럼 화가 났다고 해서 ‘하고 안 하고’ 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성국 공로자회장은 “16일 추모제 리허설 중 유족회와 강하게 부딪혔다. 당일 욱한 마음에 자리를 뜬 건 맞으나, (추모제에) 불참할 계획은 없었다”며 “17일 추모제는 민주묘지에 오는 도중 교통사고가 발생해 늦었다. 행사를 우리때문에 미룰순 없으니, 가능한 인원들이 대체 투입됐다. 추모제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