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자위권 발포’ 주장… 계엄군 증언으로 뒤집혔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518
전두환 ‘자위권 발포’ 주장… 계엄군 증언으로 뒤집혔다
●5·18조사위 조사·전두환 회고록 비교
21일 도청 집단발포 전 실탄 지급
아이·장애인 학살…정당방위도 거짓
“발포, 보안사 지시했을 것” 증언도
‘지휘권 이원화’ 뒷받침 정황도 확보
  • 입력 : 2023. 05.17(수) 18:09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송선태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열린 대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 조사위)가 확보한 계엄군들의 증언을 통해 전두환씨가 회고록을 통해 밝혔던 내용이 상당수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박경석 당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차장은 “발포 명령은 문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실상 전두환의 지시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발포는 보안사 계통에서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라고 진술하면서 전씨의 ‘자위권 발동’이라는 주장을 뒤집었다.

5·18 조사위는 발포 지휘계통에 관해 군 수뇌부 70여명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 1980년 광주에서의 발포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지를 시사했다.

전씨는 사망 직전까지 1980년 5월 19~21일 발포와 관련 ‘자위권의 일환으로 정당방위권을 행사한 것’이라 줄곧 주장했다.

특히 1980년 5월 21일 도청 앞 집단발포 사태와 관련해서 전씨는 회고록에서 “급박한 상황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전씨의 주장은 당시 총을 쐈던 계엄군들의 증언으로 뒤집혔다.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발포 전부터 실탄이 지급된 점, 공수부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사격한 점을 증언을 통해 확인하며 의도적인 무차별 총격이 있었음을 공표했다. 조사위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께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 및 장갑차 돌진 후 이뤄진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전에 이미 일부 병력에 실탄이 분배됐다는 사실을 현장에 있던 계엄군의 진술과 현장 사진 등으로 확인했다.

특히 장갑차 기관총 사수로부터 하루 전인 20일부터 기관총에 실탄이 장착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대대장의 체험수기와 1995년 검찰 진술, 그리고 현장 취재기자들의 증언을 통해 도청 앞 집단 발포 상황에서 공수부대가 흩어져 횡대로 ‘앉아 쏴’와 ‘서서 쏴’ 자세로 동시에 여러 곳에서 사격했음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저격수를 전남도청 인근의 주요 건물(전남도청 본관이나 민원실, 수협 도지부, 전일빌딩 등)에 배치한 후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고, 이 조준 사격으로 인해 여러 명의 시민이 사망한 사실을 밝혔다.

무장한 시위대의 공격에 정당방위를 행사했다는 전씨의 주장도 아이부터 장애인까지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조사위가 계엄군의 유혈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166명에 대한 사망 경위와 원인 등을 조사한 결과 사망자 중 14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8명, 여성이 12명, 장애인 및 60세 이상의 노령자가 5명으로 집계됐다.

전씨가 그동안 부인해왔던 지휘체계 이원화 의혹 역시 증언을 통해 명확해지고 있다. 김모 당시 육군본부 보안부대장은 “10·26사태 이후 이희성(육군참모총장)은 실권이 없는 사람이었고, 참모차장 황영시가 광주 진압작전의 실질적 사령관이었는데 황영시를 움직인 사람은 전두환 사령관”이라고 조사위에서 진술했다.

또 윤모 당시 보안사령부 보안처 과장도 “본인이 광주시위 상황에 대해서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보고하러 갔더니 사령관이 이미 광주 상황에 대해서 더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를 토대로 조사위는 “당시 전두환이 정상적인 보고체계와는 다른 별도의 보고를 받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송선태 5·18조사위원장은 “지난 43년 동안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은폐, 왜곡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록이 은멸됐다”며 “진압작전 현장에 있었던 계엄군의 진술과 증언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미해결 쟁점과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