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잇단 증언… 암매장 추정 유골·헬기 탄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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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잇단 증언… 암매장 추정 유골·헬기 탄두 찾아
●5·18조사위 대국민 보고회
해남·영암 등서 암매장 유해 9기 발굴
조선대 헬기 사격 추정 연습탄두 발견
계엄군, 미성년자 등 민간인 학살 확인
민간인 4명·조모씨 등 사망 경위 밝혀내
  • 입력 : 2023. 05.16(화) 18:46
  • 송민섭·강주비 기자
송선태 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조사위 대국민 보고회에서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5·18 당시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9기와 헬기 사격을 뒷받침하는 헬기 사격 연습탄두 등을 찾아냈다. 또 계엄군과 목격자 등의 증언을 통해 민간인 400명 이상이 사상됐다는 점도 확인해 잔혹한 5·18의 실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했다.

● 실탄 지급·암매장·헬기 사격 확인

16일 대국민보고회를 진행한 조사위에 따르면,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위대의 차량 돌진 이전에 계엄군에게 실탄이 미리 지급됐다는 사실이 다수의 증언과 사진 등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 전두환씨의 ‘시민들의 무력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실탄을 지급했다’는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조사위는 “발포의 지휘계통과 연관된 중요인물 70여 명을 조사해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전에 이미 일부 병력에 실탄이 분배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5월19일 광주일고 앞 발포를 시작으로 진압작전 중 최소 20곳에서 50여 회의 계엄군 발포가 있었다고도 규명했다.

전남도청에서는 조준사격까지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한 사상자는 400여 명(사망 135명·부상 300여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소문만 무성했던 ‘암매장’과 관련해서는 영암·해남·광주서 유골 9기가 발견되면서 진상규명에 한 발짝 다가섰다.

조사위는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으로부터 이관받은 53개소의 암매장 제보와와 ‘민간인 시체의 가(암)매장을 지시·실행·목격했다’는 56명의 계엄군 증언을 토대로 발굴 가능한 현장 17개소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영암 공동묘지 제보 현장 6기 △해남군부대 인근 2기 △광주교도소 앞 야산 1기 등 총 9기의 유해 발굴·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또 이와 별개로 지난 15일 조사위는 해남군 백야리 예비군 훈련장에서 3구의 암매장 추정 유골을 추가로 수습해, DNA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헬기 사격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도 나왔다. 조사위는 조선대학교 절개지에서 금속탐지기 등을 이용해 코브라 헬기에서 사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칸 탄두를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탄두가 20mm 연습탄두임을 확인했다.

조사위는 “당시 진압작전에 투입된 부대 중 20mm 탄약을 사용한 부대는 코브라를 운용한 육군항공대밖에 없다”며 “발견된 연습탄두의 부식상태 등을 확인해 당시 헬기에서 발사된 탄두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잔혹한 시민 학살 증언 잇따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사실도 밝혀졌다.

조사위는 계엄군 진압작전 과정에서 희생된 사망자 166명을 세부조사했는데, 시위와 무관한 다수의 민간인이 계엄군의 폭력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사망자 중에는 14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8명, 여성이 12명, 장애인 및 60세 이상의 노령자가 5명이 포함됐다. 또 청각장애인 2명을 장갑차 안으로 끌고 들어가 총의 개머리판과 군홧발로 구타하고 대검으로 위협했다는 진술도 확인 중에 있다.

사망 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강모씨 등 동운동·운암동 거주 민간인 4명은 5월23일 31사단 경비대의 광주변전소 확보 작전 과정에서 희생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31사단 경비대 부대 소속 4명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

이밖에 광주교도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금자 조모씨는 20사단 62연대가 광주교도소 작전지역을 인계받은 후 가혹행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실은 5월26일 민간인 사망자 시체 검안에 참석한 전교사 법무참모 심모씨와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의 증언,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다른 20사단 62연대 소속 사병 3명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지난 43년 동안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는 다각도로 이뤄져 왔다”며 “1988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와 1995년 검찰의 수사를 비롯해 공식적인 조사만 9차례 있었으나 여전히 많은 의혹과 쟁점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민섭·강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