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시리즈> 이제서야 발견된 5·18 행불 ‘창현이의 제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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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기획시리즈> 이제서야 발견된 5·18 행불 ‘창현이의 제적기록’
●5·18 43주년 - 학교내 기념공간 조성하자
<3> 양동초등학교
휴교령 전까지 재학 기록 없어
가족들 입학 사실 줄곧 증언해
조사위, 43년만 제적서류 확인
양동초 “명예졸업장 수여 추진”
  • 입력 : 2023. 05.10(수) 18:17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1980년 졸업앨범에 실린 양동국민학교(현 양동초등학교)의 전경 사진. 양동초 제공
시끌벅적한 시장을 마주보고 서 있는 광주 서구의 양동초등학교. 정문에서 살짝 경사진 고개를 올라가면 검붉은 벽돌의 본관과 별관이 나란히 서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시간을 지키자’는 문구가 새겨진 작은 시계탑 아래로 학생들이 하나 둘 씩 운동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43년 전 이창현군 역시 교정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양동국민학교 신입생이었다. 그러나 1980년 5월17일 휴교령이 내려지면서 이군은 집안에만 머물게 됐다.

이런 이군이 갑자기 밖을 나가게 된 것은 이군의 아버지인 故 이귀복씨가 유족 증언록(꽃만 봐도 서러운 날들, 2007)에 남긴 이야기를 보면 알수 있다.

호기심 많았던 이군이 거리에서 이어지는 군인들의 행렬이 신기했고, 사람들이 모여 뭐라 외쳐대는 소리가 궁금해져 집 밖을 나섰다는 것이다.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행방불명된 이군은 1980년 3월 양동국민학교에 입학해 휴교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재학 중이었다. 이것은 가족들이 줄기차게 증언해온 내용이다. 하지만 학교에는 이군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10일 양동초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생활기록부는 졸업생에 한해 남아 있었고, 제적부는 영구보존 대상이 아니었기에 80년을 포함한 일부 연도의 제적부가 분실됐다. 학교 측은 건물을 철거하고 재건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동초는 그간 5·18, 행불자 단체의 요청에도 명예졸업장 등 이군의 기념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020년 광주시교육청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희생 학생 중 학업 중단자를 대상으로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양동초는 제적부를 며칠 간 뒤져 이군의 기록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반면 같이 학교를 다녔던 누나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군이 양동초 재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줄곧 증언해왔다.

이군의 누나인 이신영씨도 “당시 5학년이었던 나와 함께 종종 등교했다. 길지 않은 학교생활이었지만 평범하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며 “5·18 항쟁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창현이의 담임선생님이 (창현이가)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며 찾아오라고 했다. 헐레벌떡 교문 밖으로 나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온 가족이 애절한 심정으로 창현이를 찾아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최근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이군의 학교기록을 찾기 위해 지난달 양동초에 입학 및 제적여부를 확인했다.

당초 학교를 통해 확인하려 했으나 제적부가 없자 이군의 아버지가 지난 1988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을 신청했을 당시 양동초로부터 이군의 제적 확인증을 발급받아 제출한 서류로 이군의 제적을 확인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이군은 1980년 3월 5일부터 동년 4월16일까지 등교, 이후로 학교에 출석하지 않아 장기결석으로 제적됐다.

몇 년간 제적부가 없어 난감했던 학교 측에서는 이군의 제적 기록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명예졸업장 수여를 검토하고 있다.

명예졸업장이 수여되면 이군과 관련한 추모공간이나 기념공간을 조성할수 있게 된다. 학교 측도 긍정적이다.

최규남 양동초 교장은 “이군이 양동초 학생임에도 제적부가 누락된 탓에 조명받지도, 학교 차원에서 기념할 수도 없어 많이 답답했다”며 “이군의 제적 여부가 공식적으로 확인된다면 학칙 개정 절차를 밟아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할 의향이 있다. 또한 5·18민주화운동 계기교육에 반영해 재학생들의 역사의식도 고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