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행불자 7살 창현이 ‘해외입양’ 가능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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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행불자 7살 창현이 ‘해외입양’ 가능성 있다
사망 추정과 달리 생존 했을수도
한 대학교수가 27일 헌병대 인계
외신방송사 영상에도 아이 확인
헌병대 내부서 아이 행방 묘연
조사위, 광주입양 기관 전수조사
  • 입력 : 2023. 05.08(월) 18:46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8일 국립5·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에 남아있는 이창현군의 모습. 양동국민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던 이군은 항쟁기간동안 실종돼 행방불명된 상태다. 김혜인 기자
5·18 항쟁동안 행방불명돼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던 당시 7살 이창현군의 해외입양 가능성이 제기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입양기관 전수조사를 통해 이군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8일 조사위와 이군의 가족에 따르면 이군은 1980년 5월26일 집 밖을 나간 뒤로 돌아오지 않아 행방불명된 상태다. 당시 양동국민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이군은 1994년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아 국립5·18민주묘지 10묘역에 봉분 없는 묘로 남아 있다. 그간 이군의 부모는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해외방송사로부터 받은 영상 속에 이군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모습이 포착됐다.

현재 목포과학대에 재직 중인 이동춘 교수가 5살 추정 남자아이를 안고 1980년 5월27일 아침 도청에서 군 버스를 타고 가는 장면이 찍혔는데 이군의 가족들은 이 교수에게 안겨있는 빨간 옷의 남자아이가 이군이라 확신했다.

당시 이 교수는 상무대 영창으로 이송, 분류심사를 받으며 헌병에게 아이를 넘겼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도 외신기자 노먼 소프의 사진 속에도 희미하지만 이 교수가 아이를 안고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이군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헌병대로 인계된 후 막사 내에서도 아이가 사라졌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조사위는 실종 당시 ‘이군이 너무 어리기도 하고 지적장애 증세가 있어 집이나 본인의 신원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에 봉분이 없는 형태로 이창현 군의 묘가 남아있다. 김혜인 기자.
실제 이군처럼 항쟁기간 실종된 당시 11살 조모씨도 27일 광주 송정리의 군 부대로 끌려가 막사에서 도망쳐나와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낸 사실이 조사위에 의해 확인됐다.

때문에 조사위는 이군 또한 헌병대에서 지내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실종됐다가 입양기관으로 넘겨졌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족들 또한 줄곧 국내외 입양 가능성에 희망을 갖고 수소문했으나 민간인 차원에서 이군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군의 누나인 이신영씨는 “해외입양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당시 길 잃은 어린아이들이 기관으로 넘어가 입양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며 “다만 입양기관을 일일이 방문해 창현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종종 실종아동 명단에 창현이가 있지 않을까 매일 확인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생사여부라도 좋으니 하루빨리 소식을 듣고 싶다”고 전했다.

조사위는 이군의 행방을 찾기 위해 광주를 포함한 전국의 입양기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광주 내 24개소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이군 또래 연령대의 아이가 입양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전국의 부랑아보호시설까지 범위를 넓혀 행적을 찾아 나설 방침이다.

또한 조사위는 정확한 실종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상무대 헌병대까지 소환해 교차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해외입양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아이를 인계받은 헌병대를 상대로 실종자를 법의 보호 밖에 놓이게 하는 ‘강제 실종’ 방지 내용을 담은 UN협약을 근거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이군의 소재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