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85>동학농민혁명 황룡 전적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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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 85>동학농민혁명 황룡 전적지에서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입력 : 2023. 03.16(목) 14:19
동학농민혁명 황룡전적지
꽃샘추위의 들녘에 서 있습니다.

여기는 장성군 황룡의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호남의 심장 전주성을 함락하기 전

이학승이 이끈 경군에 맞서 싸우다 승리한 곳이라 해서

힘차게 솟아있는 죽창의 기운을 느껴보고

그날의 함성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나라가 엉망이면 백성이 힘들다고 했던가요.

사실 그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돌이켜보면 반만년 역사에서 조용한 시절이 얼마나 있었겠는가마는

조선왕조 시절만 보더라도 임진왜란, 병자호란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를 통째로 빼앗긴 일제 강점기와 이념의 갈등으로 빚어진

동족상잔의 아픔은 얼마나 끔찍했던가요.

모두가 인간세상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그냥 역사 속에 묻고 돌아서도 되는 것인지....



나라와 민족이 위태로울 때마다

언제나 앞장서서 싸웠던 이는 민초들이었습니다.

대한독립운동에 목숨을 걸었던 이들도 그랬고,

부패한 관리들과 외세에 맞서 죽창을 들고 싸웠던 이도

백의의 전사 농민들이지 않았던가요.

지금 이 시점에서도 부와 권력이 있는 곳에서는

사회적 정의감을 찾아 보기 힘들고,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그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또다시 외세의 농간에 눈이 멀어 있을 뿐입니다.



여러 가지로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어 답답합니다.

누구의 멱살을 잡아야 합니까?

어딘가에서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고 있어도 당신은 상관하지 않겠지요.

지금 이 순간,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만입니까?

죽창 높이 들고 혁명의 깃발을 휘날렸던 황룡의 전적지에서

이 시대의 꺼져가는 불씨를 애달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