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89-2>무등산 케이블카 “접근성 향상” VS “원형보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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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89-2>무등산 케이블카 “접근성 향상” VS “원형보전” 팽팽
● 설악산 본궤도로 다시 수면위
찬성 측 “쇼핑몰과 관광 시너지 확대”
반대 측 “국립공원 10년… 다시 퇴행”
다양한 시민의견 수렴 절충안 마련 등
광주시·의회 건설적 공론장 형성 필요
  • 입력 : 2023. 03.05(일) 18:34
  • 최황지 기자
환경단체가 국립공원의 날인 3일 오후 광주 동구 무등산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 반대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무등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케이블카 찬반 논쟁은 무등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찬성 측 입장과, 국립공원의 생태학적 다양성을 원형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반대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입장은 접근성 향상과 광주 관광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는 “장애인, 노약자 등이 무등산을 자유롭게 오를 수 있도록 무등산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논리는 당연한 이야기고, 광주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무등산 케이블카는 꼭 필요하다”며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면, 무등산과 관광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관광객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 연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접근성을 높이고 환경 파괴에 대한 위험성을 낮추는 최적의 대안이 케이블카라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지금까지 케이블카에 대한 논쟁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인해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수소트램, 전기차 활용 등의 변형된 방법이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방법론인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실질적 효과보다 환경 파괴에 대한 위험성만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무등산국립공원 지정 10년 동안 생태다양성이 잘 보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등산케이블카는 이같은 발전을 역행시키는 퇴행적 논쟁이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경희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무등산 정상을 빠르게 올라가야 한다는 기존 관점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상에 접근성을 높인다고 하는 관점은 당초의 국립공원을 지정한 목적과는 위배되는 상황이다. 산 정상을 관광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려고 하면 국립공원 지정 취지, 기본 원칙과는 정면 배치된다”고 반대했다. 그러면서 “무등산국립공원 지정의 가장 큰 성과는 국내 탐방객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 아니다”며 “무등산은 10년동안 야생 동식물의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무등산 정상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지금까지의 발전을 역행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최근 환경부의 정책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무등산의 생태 환경 보전 필요성에 대한 시민 공감대 확산을 호소했다.

강 의원은 “환경부는 기본적으로는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법적 절차 수행에 대한 의무가 있지만 흑산공항과 설악산케이블카 등을 보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환경적인 절차가 잘 수행되지 못했을 경우 4대강 사업처럼 원상복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인간이 자연을 활용하는데에 시민단체가 방해한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광주의 푸른길처럼 환경을 보전해 다행이라고 말씀할 것이다”며 “실제로 한국은 국토에서 지정한 보호지역이 전세계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 다른 국립공원은 정상부에 있는 시설도 철거하는 상황에서 정상부에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케이블카 설치는 이같은 흐름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들 중심으로 무등산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여론은 여전히 우세하다. 지난해 4월 본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무등산국립공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의견에 시민 57.7%가 찬성했고 반대하는 의견은 38.8%였다.

다만, 무등산 케이블카 논쟁이 재점화된 만큼 지역 정치권이 여러 시민들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고려, 절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병행될 필요성이 있다. 무등산케이블카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 찬반 논쟁에 휘말려 건강한 공론의 장이 형성되지 못해 적정위치, 노선, 무등산 훼손에 대한 대책, 대규모 사업비 마련 등 여러 구체적 현안들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명노 광주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 위원은 “설악산케이블카의 사업 진행 방향에 따라 무등산케이블카도 영향을 받고 있어 시기상 지금이 공론화의 적기로 보인다”며 “무등산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환경 훼손에 대한 연구도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광주시의회도 현안들을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 및 끝장토론회를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