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5만톤 허비·대규모 단수’ 부른 정수장 시설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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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물 5만톤 허비·대규모 단수’ 부른 정수장 시설노후
광주 ‘덕남’ 밸브 베어링·축 이탈
수질 개선 초점에 노후화 외면
시의회 “교체시기 놓친 탓 ” 질타
  • 입력 : 2023. 02.13(월) 17:53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지난 12일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밸브 고장으로 인한 수돗물 범람 사고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대형 모래주머니로 도로침수를 막고 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지역 휴일 단수 사태는 덕남정수장 유출 밸브 등의 노후화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3시30분께 덕남정수장 유출 밸브가 고장나 정수장 외부로 수돗물이 흘러넘쳤다. 수돗물 유출로 인해 일대 지역은 단수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역 내 수돗물 생산시설은 동복댐과 주암댐 등 수원지 4곳과 취수장 4곳, 정수장 3곳이 있다. 정수장 3곳 중 각화정수장은 제4수원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함께 폐쇄됐다.

현재는 급수인구가 88만명인 동구 용연정수장과 58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남구 덕남정수장 등 2개의 정수장만 운영하고 있다.

용연정수장의 생산 용량은 일일 최대 30만톤, 덕남정수장은 44만톤이다. 광주시민 일일 최대 물 이용량은 53만톤 안팎이다.

덕남정수장은 주암댐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 정수한 뒤 송하·봉산·소촌·송정·덕남 등 5곳의 배수지로 수돗물을 흘려보낸다.

급수시설은 가압장 39개, 정수장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 각 가정에 전달하는 배수지 18개가 있다.

고장난 덕남정수장 내 유출 밸브는 1994년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 밸브는 긴급 상황 시 정수장에서 배수지로 향하는 수돗물의 공급을 막는 장치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노후화된 밸브 베어링과 축 이탈로 잠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가정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배수지로 가야 할 수돗물이 밸브가 잠기면서 정수장 밖으로 역류한 셈이다.

상수도사업본부측은 “노후화한 유출 밸브를 사전 교체하지 않은 것은 선례가 없었고 수돗물 공급 또한 중단한 적이 없었던 만큼 교체 필요성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고장난 유출 밸브를 용접한 상태지만, 용연정수장에도 유사한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구된다.

용접에 앞서 유출밸브 복구가 지연되자 상수도사업본부는 수계 조절에 나섰다. 용연정수장의 수돗물을 송하·봉산 배수지 공급 지역으로 흘려보내 해당 지역 내 단수를 예방했다. 그러나 용연정수장과 거리가 먼 나머지 3곳의 배수지 공급 지역에는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한 채 결국 단수를 시행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당초 안내 문자로 예고했던 서구·남구·광산구 지역 전체가 아닌 남구와 광산구 일부 지역만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광주시는 전날 단수 사태로 남구·광산구 지역 2만8000여 세대가 직접적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저수조가 없는 아파트와 일반 주택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단수 피해의 직접적 대상이다.

수돗물이 유출되는 과정 동안 광주 상수도 행정의 한계점도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출된 덕남정수장 물은 3만7000톤이며 송·배수관 이물질 제거 작업에 2만톤 등이 쓰여 물 5만7000톤을 가뭄이 심한 시기에 허비했다.

단수 한시간여 전이 돼서야 단수를 안내하는 등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실제 이날 오후 12시 기준 단수 275건, 흐린물 10건 등 330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4시를 기해 남구 행암동·임암동(효천 1·2지구) 일대를 마지막으로 광주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됐지만, 행정 허점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수도사업본부 소관 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는 이날 오전 상수도사업본부와 간담회를 열고 대응 경과와 현황을 들었다.

조석호 환경복지위원장은 “시설이 노후화했음에도 교체하지 않은 안일함 때문에 발생한 사고다”며 “상수도사업본부 전체 기계 설비와 시스템 점검 등 전체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피해 범위가 넓은 만큼 엄중·엄격하게 대처할 것이다”고 말했다.

환복위는 14일 긴급 현장 방문 이후 16일 원포인트 본회의(긴급 현안 질문)를 열 예정이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