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SF에서 보던 차가 현실에 주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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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사이버펑크> SF에서 보던 차가 현실에 주차하다
차가운 도로 속 비상등이 유일 대화법
CES에 나온 인간 감정 담는 BMW 차
미래차 발전 수단→동반자로 진화 중
기술 미래인 자율주행은 오히려 미미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 발전 기대
  • 입력 : 2023. 02.02(목) 14:53
  • 최황지 기자
BMW가 CES2023에서 선보인 아이 비전 디의 모습. AP/뉴시스
평소에는 온순하고 차분해도 핸들을 잡는 순간 난폭해지는 운전자는 많다. 누군가가 갑자기 끼어들거나, 본인이 끼어드려는데 옆차가 양보해주지 않는다거나, 단순히 길이 좁거나, 갑자기 뒤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반대편 차선에서 상향등을 키거나, 앞차가 급제동을 하거나 등. 도로에선 별별일이 벌어진다. 운전할 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가 진행된다면 1위는 평행주차가 아니라 바로 ‘화내지 않기’가 될 확률이 높다.

사정없이 화를 내다가도 일순간 마음이 경건해지며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은 더러 있다. 비상상황외에도 사용되는 비상등은 차량이 고장났거나, 주차를 하는 등 일반적인 수신호 외에 전방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안개가 잔뜩 끼었을 때 뒷차에게 ‘안전운전’을 당부하는 배려의 언어로 활용된다. 또 차선에 끼어들었을 때 미안함과 고마움이란 인간의 감정이 비상등에 담겼다.

국민 2명 중 1명이 차를 보유하고 있다. 운전자도 그만큼 많아졌을 텐데, 정작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신호가 비상등 밖에 없다는 점은 심히 아쉽다. 현행법상 운전자 좌석 좌우의 창유리나 창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70퍼센트 이상이어야 한다지만 대부분은 짙은 틴팅(썬팅)으로 차유리를 가린 상황이어서 차가운 금속철 내부에 타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도로에서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6000년동안 바퀴에서 자동차로 기술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싶다. 그 사이 도로 위의 교통질서는 고도화되고 복잡해졌지만 도리어 인간적인 ‘배려운전’은 줄었다. 현재의 자동차들이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란 수단으로서의 기술 발전에만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 늘 의문을 품었다.

그런 필자의 가슴을 뛰게 할 소식은 저 멀리 로스앤젤레스에서 건너왔다. 최근에 막을 내린 CES2023에서 인간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자동차가 모습을 드러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기쁨과 슬픔 등 인간과 비슷한 표정을 연상시키는 수신호를 표출할 수 있고 차전체 외관을 사용자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다. 이 차는 독일의 완성차 업체인 BMW가 내놓은 ‘아이 비전 디(i Vision Dee)’다. ‘디(DEE)는 디지털(Digital), 감정(Emotional), 경험(Experience)의 앞 글자를 땄다.

언뜻 평범한 중형 전기 세단이지만 차량 전면부의 아이콘을 통해 자동차 자체의 감정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면서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의 존재로 만들었다. 외장 색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일명 ‘카멜레온 카’로도 시선이 집중됐다. “차량이 단순히 움직이는 도구를 넘어 운전자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라고 말한 BMW 회장인 올리버 집세의 전적으로 동감했다. 미래의 도로에 인간성과 미래차 기술이 융합된 컬러풀한 모습이 그려졌다.

미래차의 발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번 CES에서 자동차의 발전 방향이 인간과 동반자 형태인 일명 ‘동반차’의 형태로 변한 듯한 모습이다. 일본 전자업계인 소니와 혼다가 합작한 첫 번째 전기차 ‘아필라’는 움직이는 엔터테이먼트 플랫폼으로 정의됐다. ‘움직이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차량 내부에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를 장착해서 주행 중 게임이나 영화를 몰입도 있게 즐길 수 있다.

기술의 발전에 경계가 없었다. ‘이동 수단’인 차를 넘어 인간의 편리함 그 이상인 반려차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까지 나아갔다. 자동차의 본질을 모호하게 했다는 점이 특색이다.



이외에도 한번의 충전으로 1200㎞를 달리는 극강 효율을 자랑하는 벤츠 ‘비전 EQXX’, 바퀴가 90도로 회전하는 기술, 졸음운전을 막아줄 수 있는 시스템 등 미래차의 기술 발전도 놀라웠다.

형태와 기능의 확장성에 나아가는데 성공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인 ‘자율주행’ 기술은 미미했다. 자율주행으로 선두를 치고 나갔던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번에는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테슬라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꿈인 운전자 개입 없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실현도 아직 요원하다.

미래차의 발전상을 누군가는 10년 전 스마트폰의 발전상과 비교한다. 여러 기업이 멋진 휴대폰을 만들었지만 소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돈을 벌었던 발전상을 지켜봤다. 애플의 혁신이 디자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동반돼야 한다. 이번 CES의 눈부신 자동차 기술, 미래에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각종 자동차 소프트웨어 발전의 경쟁은 어떻게 이뤄질지. 그 속에 한국의 기업들의 미래도 있었으면 한다.



글=나스닥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개소녀

편집=어구 편집에디터
최황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