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될 크리스마스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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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기억될 크리스마스 폭설
  • 입력 : 2022. 12.27(화) 17:34
  •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논설실장
크리스마스 기간 전세계를 강타한 폭설과 최강 한파는 영화 ‘투모로우’를 연상시킨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소환되는 이 영화는 지난 2013년부터 캐나다, 미국 북부지역에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상 한파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편서풍 제트기류가 약해짐에 따라 시베리아 북부에 머물러 있는 폴라 보텍스가 캐나다와 미국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2021년 12월11일 미국에서 최소 24개 토네이도가 단기간에 다발적으로 발생 중서부 5개주를 휩쓸었는데, 이때 사망자가 최대 100여명에 달했는데, 영화 투모로우 설정과 비슷했다.
광주에서도 크리스마스 기간 40㎝가 넘는 눈이 17년만에 쏟아져 혹독한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정상적 일상이 어려웠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속출했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하루 이상 눈이 내려 최고 많이 쌓였을 때를 의미하는 최심 적설량은 지난 23일 기준으로 40㎝를 기록했다. 광주지역 역대 세 번째다.
미국은 영하 50도가 넘는 초강력 한파와 눈보라를 동반한 폭탄사이클론이 덮쳤다. 폭탄 사이클론은 대서양의 습한 공기와 북극의 차가운 기류가 만나 만들어진 저기압 폭풍이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라며 경고했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쓴 채 외출한 시민도 눈에 띄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체감온도가 일리노이주 시카고가 영하 53도, 테네시주 멤피스가 영하 54도를 기록했다. 몬태나주 엘크 파크는 기온이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며 체감 온도도 영하 59도까지 곤두박질쳤다. 남부 애틀랜타와 플로리다 일부 지역, 북동부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뉴욕은 1906년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최대 110㎝ 폭설이 내린 뉴욕주 버팔로에서 7명이 사망하는 등 초강력 한파와 눈보라를 동반한 ‘폭탄 사이클론’은 미 전역에서 최소 35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미국을 강타한 강추위는 ‘극소용돌이’의 남하에서 찾을 수 있다. 극소용돌이는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를 말한다. 보통 정상 조건에서는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 일명 제트기류에 갇혀 그대로 북극 주변에 머문다. 그러나 제트기류가 약화해 아래로 늘어지면 극소용돌이도 함께 경로를 이탈해 남하한다.
북극에 있어야 할 극소용돌이의 이동이 가속화할 경우, 이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지역에서는 수 시간 안에 기온이 수십 도 이상 떨어질 수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 기간 북극 공기를 가장 먼저 맞은 미국 와이오밍주는 영상 10도였던 기온이 불과 9분 만에 0도로 내려왔고, 영하 46도까지 떨어져 40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유럽 역시 기록적 맹추위에서 자유로울 수없었고, 한반도에 한파의 기습은 북극권 찬공기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화 투모로우가 전하는 메시지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북반구 빙하기와 멸망 직전까지 가는 미국의 모습이 꽤나 충격적으로 그려진다. 현대 시대 최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미국을 모델로 지구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는데, 성탄절 기간 지구촌의 폭설과 한파는 지구촌을 향한 엄중한 묵시록이다. 문명이라는 욕망의 전차로 질주하는 인간의 탐심은 재깍재깍 흐르는 시계앞에서 섶을 들고 불속으로 뛰어든 불나비같다. 크리스마스 기간 온세상을 뒤덮은 눈은 우리가 원한 평화롭고 낭만의 대상만이 아닌 전세계인을 벌벌 떨게한 두얼굴의 모습에서 오싹하기만 하다.
이용규 논설실장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