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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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세월유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2. 12.26(월) 14:51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세월 참 빠르다. 일출보러 간다던 게 엊그제 인데 또 그날이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다.

어릴적 아버지가 나이 먹어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얘기해 준 적 있다.

"젊을적 나이는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 흐르지만 서른이 넘어가면 서른, 마흔, 쉰, 예순으로 10년씩 껑충껑충 뜀박질 한단다."

'세월은 쏜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단다'고도 했다.

"어떻게 화살보다 빨리 갈 수가 있지?" 깔깔 웃었던 기억도 있다. 열살 남짓 이었으니 이해가 안되는 게 정상이었겠지. 왜 반 백년 지난 지금까지 그 말씀이 기억속에 남아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 표현이 웃겼고 재밌는 말이라 생각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 말을 해주던 아버지의 나이에 가까워지다 보니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흘러가는 세월을 아쉬워 하던 차 어릴적 친구로부터 위안이 되는 말을 들었다.

"너만 나이 먹는거 아니니까 너무 상심해 하지마. 세상 사람들 다 나이 한살씩 먹고 있고 삼라만상 모든 물질도 다 나이 한살씩 먹고 있잖아."

오랫만에 전화통화로 '나이만 먹어가니 우울해지고 재미조차 없다'고 했더니 친구가 해 준 말이다. 마치 면벽좌선 한 스님이 득도한 뒤 깨달을 것같은 진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걸 보면서 깜짝 놀랐다. 마치 머리를 한대 맞은듯 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득도가 멀리 있는 게 아니었고 네 말이 바로 득도한 명언이구나."

그 친구는 아마도 불교 화엄경에 나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던가 보다. 일체유심조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여기는 사상을 말한다. 행복도 불행도 다 마음속에서 나오며 너무 괴로워 하지도 그렇다고 기뻐하지도 말라는…·.

어릴적 불갑사 인근에서도 살지 않았던 친구가 그 말을 하는 걸 보면 아마 그도 한때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했으니 내년에는 마음 단단히 먹고 한해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욕심부리지도 말고 심신수양하며 지내는 게 현명한 시대 대응법일테니까.

어느 분이 페북에 올린 글이 무릎을 치게 한다.

'의식이 과거로 향하면/후회가 밀려오고/의식이 미래로 향하면/불안이 밀려온다/오직 무념무상의 마음으로/오늘을 살아야 한다'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