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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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법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회부 양가람
  • 입력 : 2022. 12.04(일) 16:17
  • 양가람 기자
사회부 양가람
"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한민국의 판사들은 이와 같은 선서문 낭독으로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간결하지만 묵직한 낭독문을 읽기 위해 긴 시간 고군분투해 온 그들의 손에는 '공명정대함'을 상징하는 법봉이 쥐어졌다.
하지만 현실에는 선서문의 내용을 까먹은 판사들이 많다. 광주지방변호사회가 12년째 해오는 법관 평가에서 올해도 고압적·모욕적인 언사, 과도한 예단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부 판사들이 지적됐다.
국민들의 법감정과 괴리된 판결도 있었다. 광주지방법원 역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학동 붕괴참사에 대한 선고 이후, 지역민으로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아야 했다.
언제부턴가 사법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그들만의 리그'처럼 인식돼 왔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광주지법의 실시율은 저조하다. 배심원단 선정 등 늘어난 업무 부담은 물론 피고인 신청주의 등 제도의 한계가 그 이유다.
반면, 배심원으로 참여했던 국민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법원은 '살면서 올 일이 없어야 하는 곳'이라 여겨온 탓인지, 재판 하루 전부터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 예상과 달리 부드럽고 친절한 판사님의 설명 덕에 긴장을 덜 수 있었어요."
지난 10월 말, 광주지방법원에서 올해 두번째로 실시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배심원단으로 참여했던 한 시민은 재판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안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지를 알게 됐다며, 재판부에 경이로움을 표하기도 했다.
해당 국민참여재판이 있은 후 지역 판·검사, 변호사들이 모여 '국민참여재판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단순히 재판 건수 늘리기를 위함이 아닌, 국민의 시선에서 제도를 개선해 나갈 방안들이 다수 논의됐다.
"강력범죄를 포함해 수많은 형사재판을 하는 법관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현재 형사부 법관 대상으로 심리 치유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배심원단 등으로 더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어떤 배심원의 고충과 관련해 현직 부장판사가 토론회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당사자는 배심원단 내부 의견이 갈린 상황에서 피고인에 '유죄'가 선고되자 '나로 인해 저 사람(피고인)이 처벌 받았다'는 생각에 일주일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또 다른 판사는 배심원단의 불만사항으로 지적된 '야간 재판'을 언급하며, 재판의 신속성을 위해 검찰 증거조사 시간 제한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잊혀진 헌법 제 1조 2항.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사법 신뢰를 높이는 것 뿐 아니라 공고하게 세워진 그들(사법부, 법관)의 세계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권력 역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주는 제도다. 더 많은 시민들이 일일 법관(배심원)이 돼 사법부와 현실과의 간극을 메워갈 수 있길 바란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