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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기고·김중태> 푸른도시를 꿈꾼다
김중태 내일이 빛나는 광주나무병원장
  • 입력 : 2022. 11.14(월) 14:07
  • 편집에디터
김중태 광주나무병원장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모임이 있거나 행사장에 갈 때 보통 걸어서 다닌다. 걷다보면 만나는 것이 가로수이다.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은행나무, 메타세쿼이아, 이팝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대왕참나무 등 종류(수종)도 다양하다. 남부지방에 가면 홍가시나무, 먼나무 등도 보인다. 나무마다 다른 DNA만큼이나 수형도 제각각이다. 방추형이 있는가하면 원주형, 둥근형 등이 있다.

요즘 낙엽 가로수들은 겨울 나기 준비에 바쁘다. 잎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벌써 앙상한 가지만 남아 삭막감마저 준다.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살기위한 몸부림의 일종이다. 나무는 온도가 낮아지면 호르몬(파이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감지하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엽록소는 점차 줄어들고 노란색의 카로티노이드와 빨강색의 안토시아닌 색소가 잎을 물들인다. 이게 단풍이다. 그리고 잎에 있는 질소와 탄수화물은 줄기로 소환되고 잎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만 남게 된다. 이들이 분해돼 영양분인 유기질 비료로 변한다.

포도당인 탄수화물과 질소는 전분과 단백질을 구성하는 귀중한 요소로 나무가 살아가는데 절대적이다. 뿌리 줄기 가지 등에 축적됐다가 대사작용의 중심적 역할을 한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뿌리와 줄기로 보내져 어는 것(내동성)을 방지하기도 한다. 잎과 가지, 꽃의 눈은 옥신이라는 호르몬과 함께 이들 요소가 있어야만 생긴다.

잎은 엽록소가 있어 광합성을 하게 되는데 햇빛을 통해 물을 분해하고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탄수화물을 생산하게 된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줄이는 즉, 탄소중립을 이끌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각종 병해충으로부터 나뭇잎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원수와 가로수를 보면 건전한 잎을 보기가 참 힘들다. 생육환경 불량으로 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잎가장자리가 말라 비틀어지고 심지어 조기낙엽돼 앙상한 잔가지만 남아있다. 또 각종 병해충으로 줄기세포가 비대해지고 잎에 표주박 또는 이상한 모양의 해충들이 득실거려 미관마저 해치고 있다.

여기에 도시의 회색화는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단독주택들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고층 아파트단지로 변해가고 있고, 나무 심을 공간으로 여겨졌던 자투리땅마저 건설 업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수십층의 고층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는 형국이다. 원활한 공기유통은 기대할 수 없고 기온상승으로 이어져 각종 돌발해충을 출현하게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낮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는 것은 예사이고 40도까지 치솟고 있다. 숨쉬기도 힘들다고 아우성들이다. 폭염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예사롭지 않다. 하루에 수명씩 죽는다는 보도가 텔레비전 화면을 장식한다.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무들도 아스팔트의 복사열로 인해 잎이 타들어가는 엽소현상을 보인다.

인간들의 이기심에 벌을 가하는 것일까. 기후온난화가 심화되면서 각종 재해가 빈발해지고 있다. 갑작스런 홍수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는가하면 산불발생으로 수백만 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고 있다.

남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바닷물 상승을 유발하고 섬들이 바닷속으로 잠겨지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기후온난화의 주범은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들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고는 다가오는 자연재해를 피해가기 어렵다. 환경단체들이 탄소중립 실천 운동을 애타게 부르짖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나무는 탄소를 잡아먹는 역할도 하지만 공기를 정화시켜주고 태양복사열을 차단시켜준다. 뿐만 아니다. 오존함량과 미세먼지를 줄여준다. 여름철이면 시민들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경관을 증진시켜 미적가치를 높여준다. 도시소음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국내 수목 1,200여종 중 한국 자생종은 610여종이다.

봄에 제일 먼저 꽃이 피는 나무는 동백나무 생강나무 산수유 등이다. 여름철 개화종으로는 모감주나무, 무궁화, 배롱나무, 자귀나무 등이 있다. 또 가을철 단풍으로는 은행나무 화살나무 단풍나무 등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겨울철 열매감상 수종으로는 마가목, 피라칸다, 낙상홍, 남천, 돈나무 등이 있다. 겨울철에 아름다운 수피를 감상할 수종으로는 자작나무, 노각나무, 모과나무 등이 있다. 향기가 좋은 수목으로는 금목서, 은목서, 라일락(수수꽃다리) 꽃댕강나무 등이다.

나무 한 그루 당 값어치는 연간 30만원 이상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 등 생활권 수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생활권 수목의 관리를 아무에게나 맡겨서는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잘못된 농약 살포와 전정으로 인해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 등 멀쩡한 나무가 죽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데 산림청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생활권수목에 대해 수목 전문가인 나무의사의 진단과 처방 예외라는 산림보호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색이 아닌 푸른 도시 꿈은 요원한 것인가.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