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4-3> 경제난 탓 2명 중 1명 '극단 선택 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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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74-3> 경제난 탓 2명 중 1명 '극단 선택 충동'
■수치로 본 자립준비청년들 삶 ||같은 또래 청년보다 3배이상↑||생활비 탓 대다수 아르바이트 ||저임금에 일자리 '질'도 낮아 ||
  • 입력 : 2022. 09.25(일) 17:54
  • 홍성장 기자
롯데월드 직원들이 아동복지시설 보호 종료 아동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그래픽 최홍은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의 삶은 고단하다. 그들은 독립하기 위해서 혹은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야 한다. 생활비 등 경제적 문제 탓에 보호가 종료되는 것이 두렵다. 경제적 이유에서 같은 또래보다 훨씬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등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나타난 자립준비청년의 삶이다.

실태조사는 2020년 9월17일부터 11월31일까지 이뤄졌고, 전국의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3104명, 보호종료예정아동 732명을 대상으로 했다.

●고용률은 낮고 실업률은 높고

우선 고용 등 경제적 영역에서의 자립준비청년의 삶이다.

조사 대상 3104명 중 2714명(87.4%)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주된 이유는 '용돈이 필요해서'가 64.1%로 가장 많았고, '독립하기 위한 자금 마련'도 13.2%나 됐다.

자립준비청년들의 고용률과 실업률 모두 열악한 수준이다.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15세~29세)의 고용률이 43.5%, 실업률이 8.9%인데 반해 2020년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고용률은 40.8%, 실업률은 16.3%였다. 구직을 포기한 자립준비청년까지 포함하면 실업률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1590명(51.2%)이 '과거 직장을 그만둔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고용의 질이 함께 고려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특화된 고용'을 높일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자립준비청년들 중 24.3%는 평균 605만원의 부채(빚)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부채가 발생한 이유는 '생활비 마련'이 가장 많았고, '학자금 마련'이나 '주거 마련' 등도 그들이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일자리 질' 역시 열악하다. 자립준비청년의 비정규직 비율은 38.4%로 같은 또래의 청년 인구의 29.6%보다 6.8%가 높았다. 일자리의 고용 기간 역시 임시직이나 일용직의 비중이 높을뿐더러 자립준비청년들의 월평균 급여는 일반 청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구직 어려움을 겪고 있을뿐더러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인 급여 수준 역시도 열악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절반이 '극단선택 충동'

심리적 영역에서도 자립준비청년들은 같은 또래에 비해 취약했다.

삶의 만족도를 묻는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은 11점 만점에 5.3점이었다. 2019년 '사회통합조사결과(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가구원 8000명을 대상)' 6.0점, 2017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19-24세 응답자 1865명을 기준)'의 6.5점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극단선택 생각 경험'과 관련해서는 다른 조사 결과와의 차이가 더 크다. 자립준비청년 절반(31552명)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것으로 답했다. 2018년 '실태 조사(19-29세 응답자 286명 기준)' 결과(16.3%)보다 3배 이상 높다.

그들이 극단선택을 생각하게 된 이유 중에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33.4%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도 '가정생활 문제' '학대 또는 폭력 문제' '성적·시험·진로 문제' 등이 이유였다.

자립준비청년 10명 중 4명 가량(37.2%)은 대학에 가지 않았다. '빨리 취업해 돈을 벌고 싶었다'는 이유가 52.1%로 가장 많았다. 그들이 휴학 또는 학업을 중단한 이유 역시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서'가 33.1%로 가장 많았다. 이래저래 경제적 어려움은 그들이 겪는 가장 큰 현실의 고통이다.

●경제적 문제 탓에 보호종료 '걱정'

보호 종료를 앞둔 아동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732명의 보호종료예정 아동 중 313명(42.8%)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종료예정아동의 삶의 만족도 역시 5.9점(11점 만점)에 그쳤다.

보호 종료를 앞둔 심정은 75.8%(558명)가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취업·진학에 대한 걱정'이 39.1%(218명)로 가장 많았다. '생활비 등 경제적 문제'도 32.4%(181명)였고, '거주할 집 문제(14.4%)' '심리적 부담(4.8%)' 등도 그들의 보호종료를 걱정하는 이유였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