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해도 한숨만… 쌀값 폭락, 올 가을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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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협·산림조합
"수확해도 한숨만… 쌀값 폭락, 올 가을 더 걱정"
조생종 벼 1년새 1만3천원 하락 ||재고쌀 급증 속 햅쌀 수확기 겹쳐 ||인건비·기름값 등 천정부지 올라 ||“정부 쌀값 안정화 대책 내놔야”
  • 입력 : 2022. 09.07(수) 18:20
  • 조진용 기자

추석을 앞둔 7일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황금들녘에서 박용수씨가 수확한 조생종 벼를 바라보고 있지만 쌀값 폭락에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기만 하다. 김양배 기자

"행여 병충해와 집중호우로 벼가 쓰러지면 어쩌나 애면글면하면서 벼 농사를 지었제. 올해 첫 수확한 조생종 햅쌀인데 쌀값이 폭락해서 제값이나 받을런지 걱정부터 앞선당께."

추석을 앞둔 7일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황금들녘에서 조생종 벼 수확에 들어간 박용수(60)씨는 수확의 기쁨을 누릴 여유가 없다. 수확한 벼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 들어 더욱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인건비, 비료값 등 생산비용은 크게 올랐다.

박씨는 "45년 만에 쌀값 폭락으로 쌀을 팔아도 남는게 있을랑가 걱정이 든다"면서 "지난해에는 인건비가 평균 13만원이었는데 올해는 16만원으로 올랐다. 비료값도 지난해 대비 20% 정도 오르고 수확할 때 사용하는 콤바인·트랙터·이양기도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에 연료비만 2배로 들어갔다"고 했다.

넘쳐나는 재고쌀 탓에 올해 햅쌀도 추석 이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탓에 박씨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박씨는 "조생종 40㎏벼 기준 지난해 6만3000원이었던 게 올해는 5만원으로 떨어졌다"며 "추석 이후인 이달 말부터는 중만생종 벼를 본격적으로 수확하는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쌀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남농협에 따르면 전남 산지 쌀 20㎏기준 지난해 8월 5만3882원이었던 쌀값은 올해 4만910원으로 24%(1만2972원)가 떨어졌다.

쌀 재고량도 매년 8월 기준 2018년 1만7000톤, 2019년 2만5000톤, 2020년 1만9000톤, 2021년 2만6000톤이었던 것이 올해는 10만1000톤으로 평년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쌀값 폭락 속에 재고쌀에 햅쌀까지 출하되면서 전남도내 벼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집중호우 등의 피해가 적어 평년대비 작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으로도 쌀값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소극적인 쌀값 안정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농민들은 "정부가 3차례에 걸쳐 쌀 시장격리에 나섰지만 쌀값을 잡지 못했다. 제때 시장격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농민단체는 통상 및 외교 관계로 이뤄지는 쌀 의무수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 쌀 때문에 가격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갑성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의장은 "풍년으로 쌀이 남아돌아도 매년 40만8700톤의 쌀이 수입되고 있다. 이는 전국 생산량의 10% 수준이다"며 "북한 식량 지원도 중단됐는데 정부는 쌀 소비 감소 탓만 하고 있다. 당장 쌀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쌀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 대응이 시급하다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물가 시기에 유독 쌀값만 하락을 멈추지 않고 있어 농가와 농협이 다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정부의 수급안정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2021년산 쌀 최소 10만톤 이상 추가 격리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수당·상여금을 쌀 쿠폰으로 지급 △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회사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과 쌀 상품권 발행 △이익공유 차원에서 농산물 수입기업에 국내산 쌀 구매 요청 △해외원조 물량 확대로 대북 지원 및 해외 차관 방법 추진 △국제 식량기구(FAO) 권고 비축량 충족을 위한 정부 수매물량 확대 △통계청 농업통계를 전문성과 신속성을 갖춘 농식품부로 재이관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쌀값 정상화 TF팀장을 맡고 있는 신정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농정에는 의지가 없다"며 "쌀값 폭락을 방치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쌀값 정상화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둔 7일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황금들녘에서 박용수씨가 수확한 조생종 벼를 바라보고 있지만 가격 폭락에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기만 하다. 김양배 기자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