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11> 다시 바닷물…살아 숨쉬는 생명의 화수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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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11> 다시 바닷물…살아 숨쉬는 생명의 화수분으로
갯벌 복원은||순천 별량 장산 폐염전 역간척||신안 화도 노둣길 밑 해수유통||짱뚱어 등 서식 개체수 늘어나||갯벌 경제효과 농사보다 뛰어나||주민 인식 변화…법적 대책 미비||복원지 모니터링 공감대 확산을
  • 입력 : 2022. 08.28(일) 17:23
  • 이용규 기자

신안 증도는 느림의 섬이다. 증도에서 만나는 풀한포기, 갯벌위 생물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한다. 증도와 호도 노둣길 해수유통 이후이 일대 갯벌은 짱뚱어와 흰발 농게의 서식 개체수가 급증할 정도로 갯벌 환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증도와 화도 갯벌 일대에 출현한 흰발 농게 모습이 장관이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짱뚱어, 흰발 농게들의 세상이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은 짱뚱어와 흰발 농게가 장악했다. 거무틱틱한 갯벌위에 드러낸 이들의 무리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온다. 갯벌 구멍에서 불쑥 튀어나와 종횡무진 누비는 짱둥어는 달리기 선수같다. 적지 않은 크기에서 성체가 된 지 얼마되지 않은 녀석까지. 펄 위를 폴짝폴짝 뛰고 달리며 추격 장면은 생생한 생존 현장이다.

 자신의 영역에 틈입하는 낌새라도 있으면 지체없이 돌격 앞으로다. 일찍이 조짐을 알고 줄행랑을 치지만 추격전은 지금부터다. 앞만 보고 내빼는 놈이라 따라잡기는 수월치 않는다. 결국 막다른 골목에라도 몰린 듯 몸체를 세우고 일합을 겨룬다. 금새 대치는 풀었지만 갯벌위의 긴장관계는 계속된다. 짱뚱어들의 대결은 사방에서 펼쳐진다. 갯벌위에서 걸판진 전투는 틈입자에게는 생생한 라이브쇼다.

 짱뚱어들의 기찬 활동에 기죽지 않고 농게도 고개를 내민다. 갯벌속에서 몸을 숨기던 녀석이 외부 세계 소식이 궁금해 고개를 내밀었지만 내심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 역력하다. 농게도 짱뚱어의 전투가 재미 있는 지, 물끄러미 쳐다보기는 나와 똑같다.

 최근 신안 증도 갯벌에서 만난 저서동물의 살아가는 현장이다. 저서동물은 크기가 적은 해양 생물인데, 다양한 종과 개체수가 많음에 따라 갯벌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군이다.

 증도와 화도를 잇는 노두길의 해수유통 이후 갯벌에서 일어난 변화다. 노두길은 바다와 바다사이에 어민들이 다닐 수 있게 만든 통로이다. 길이 1200m에 이르는 증도와 화도를 잇는 노두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두차례 확장공사를 통해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됐다. 특히 두번째 공사에서 길의 높이 30㎝ 높이는 것을 놓고 마찰이 심했다. 우전, 화도, 등서이, 장산마을로 구성된 전증 어촌계 내부에서 갈등이었다.

 화도 주민들의 경우 노두길이 낮아 썰물에도 걷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터라 찬성했지만, 우전마을 등에서는 높이가 올라가면 해류 소통에 지장을 받아 퇴적물이 쌓이는 것을 우려해 반대가 심했다. 결국 바닷물 소통을 위해 노두길 아래에 수통을 설치하는 것으로 의견을 좁혀 공사에 나섰다.

 그러다 몇년 전 정부의 해수유통사업으로 노두길 아래에 암거를 추가로 설치했다. 암거를 통해 바닷물이 소통되면서 환경 생태계에 서식 개체수 증가 등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고경남 신안군 세계유산과장은 "노두길 해수유통 이후 서식하고 있는 개체수가 확연하게 촘촘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바닷물이 뽕뽕 숨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막혔던 바닷물의 소통으로 살아 숨쉬는 갯벌을 실감나고 재밌게 표현했다.

 우리나라에서 갯벌은 1962년 공유수면 매립법과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간척사업의 본격 추진으로 많은 면적이 소실됐다. 80~90년대에 새만금, 시화호 등 대규모 간척사업과 우리지역에서도 바다가 농지로 바뀐 영산강 1~3단계 사업을 비롯해 곳곳이 메워졌다. 방조제 공사로 시화갯벌은 200㎢, 새만금 갯벌은 20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갯벌 총면적은 거의 40% 줄었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규모다.

  다행히 2000년대 이후 갯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로 매립과 간척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갯벌 면적 증감 추이를 보면 2003년 2550㎢, 2008년 2489㎢, 2018년 2482㎢다.

 지난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갯벌복원사업 실시 이후 강화 동검도, 태안 근소만, 순천 별량면 등 11개소 갯벌 면적 1.5㎢ 복원 및 0.5㎞ 해수유통을 완료했다.

 정부는 2016년 갯벌 생태계 복원사업 지침을 제정하고 2018년에 갯벌생태계 복원 중기 추진 계획(2019~2023)을 수립했다. 이 계획의 목표는 총 23개소 간척지를 대상으로 3㎢ 면적을 복원하고 3㎞ 해수 유통에 나선다는 것이다.

 전남에서는 갯벌 해수유통 사업이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신안 암태 추포 노두길과 순천 화포의 해수 유통에 나섰다.

 암태와 추포도간 길이 1060m, 이 통로밑으로 암거를 설치해 바닷물 유통에 도움을 주는 그림이다. 구조물이 막혀 있을 경우 퇴적물이 쌓여 갯벌환경에 영향을 초래할 여지를 제거한 것이다. 갯벌 복원을 위한 의미있는 노력으로 평가받는 대목이다. 화포에서는 조개 무덤인 굴초와 폐타이어 조각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작업 역시 바닷물의 원활한 소통 차원에서 중요하다.

증도와 화도를 잇는 노둣길 밑에 암거를 설치해 해수 유통을 가능케 했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한국판 그린뉴딜 사업으로 오는 2025년까지 누적 4.5㎢의 갯벌 면적 복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의 갯벌 복원사업의 효과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해수유통 중심인 신안 증도, 병풍도, 대기점도의 경우 물길 소통이 원활하고 저서동물 군집 다양성 증대 효과가 있었다.갯벌의 기능 개선에 나선 무안 현경면 갯벌과 갯벌 늪지화에 중점을 둔 순천 농주리 갯벌, 고흥 풍양면 갯벌 등에서도 저서 동물군집 다양성이 눈에 띈다는 보고다.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장산마을 앞에는 갈대밭과 폐염전, 새우 양식장이 많아 오염이 심했다. 2009년 순천시에서 폐염전 등 1.25㎢를 매입해 제방을 헐고 바닷물을 유입시키는 역간척을 진행했다.

 사업이 완료된 지 5년이 지난 현재, 모니터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모니터링 결과 짱뚱어, 칠게, 갯벌 달팽이 등이 서식하는 등 갯벌이 살아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순천 장산 폐염전은 진도 소포리와 함께 정부의 역간척 대상지로 선정돼 실행까지 이뤄져 갯벌 복원의 한페이지를 기록했다. 소포리는 무산됐는데 반해 장산마을 갯벌이 복원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돈의 문제다. 대상지가 폐염전 등으로 농지 효율성이 떨어진 곳이라 주민 의지도 확고해 지자체 매입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였다.

 경제 효과 면에서도 사업비 대비 높은 경제유발 효과를 나타내 지역 주민 역시 갯벌 복원사업의 지속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김용수 순천 장산마을 이장은 "갯벌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나고 있고 조금이지만 짱뚱어 낚시도 하고 맛조개도 잡는 등 눈에 띄는 어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생물다양성뿐 아니라 주민 소득증대에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지역에서 역간척, 재생 등 다양하게 갯벌 복원 작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1968년 간척된 180만평 규모의 해남 혈도 농지도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들이 이뤄지고 있다.

 갯벌에서 얻는 수입이 논농사보다 훨씬 부가 가치가 큰 데도 농사에 대한 미련이 높은 현실은 드러난다.

신안 증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태평염전 염습지

 해양수산부 2012년 연안 습지 기초조사 결과 갯벌 가치는 1㎢당 연간 약 69억원이었고, 전체 규모로는 17조원이었다. 갯벌 복원으로 연간 1000억원 이상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순천만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반면 쌀농사 연간 순소득의 경우 ㎢당 97년 46억원이었으나 10년후인 2007년에는 24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정부의 복원사업은 단계별 가이드라인 부재로 체계적인 복원사업 한계, 복원 완료지에 대한 효과성 분석이 미비했다.

 갯벌 복원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갯벌 복원 기술 지침 보완, 복원사업 규모화, 사업효과 등 체계적이고 철저한 모니터링과 검증으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이윤선 서남해안포럼 이사장은 "갯벌 환경의 중요성으로 역간척 등 갯벌 복원을 시도했다 무산된 사례도 많이 있고 결실을 본 것도 있다"면서 "그러나 완료된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과 공유수면 매립법은 있지만 바다로 돌려주는 법이 없어 이런 논의도 더 적극적으로 필요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