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로봇과 기계는 과연 '비인간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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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로봇과 기계는 과연 '비인간적'일까
  • 입력 : 2022. 08.04(목) 16:56
  • 곽지혜 기자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러브, 데스+로봇'의 시즌3이 최근 공개됐다.

에피소드들은 미스터리, 호러, SF, 전쟁, 괴수, 스팀펑크,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로 나뉘는데, 유일하게 시즌1부터 이어지는 세계관을 갖고 있는 '세 대의 로봇'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멸망한 인류의 도시를 바라보는 로봇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 대의 로봇'에서는 'K-VRC'라는 귀여운 모습의 로봇과 안드로이드형 로봇인 'X-bot 4000', 그리고 정보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11-45-G'가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이 멸종한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을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바라보며 인간을 풍자한다.

애니메이션이 던지는 주제와 관계없이 이들의 외형만 놓고 바라보면 현재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익숙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로봇은 '11-45-G'다.

최근 식당이나 카페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서빙 로봇과도 비슷한 '11-45-G'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로봇이다.

자율주행 로봇은 실내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등 공간 데이터를 수집해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4월 초 네이버는 '1784'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옥을 공개했다. 주소지인 정자동 178-4번지와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784년도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1784'는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건축물로 인증받은 곳이다. 사옥 안에는 40여대의 자율주행 로봇 '루키'가 임직원들에게 커피를 배달하기도 하고 택배 상자를 수거해 각자의 자리로 가져다주기도 한다.

'1784'의 홈페이지에서는 로봇 친화형 빌딩을 소개하며 "기술은 혼자 존재할 때보다 서로 연결되고 합쳐질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문구를 사용한다.

공간과 기술, 사람, 로봇이 촘촘히 연결되고 융합되는 도전 속에서 일상을 변화시킬 새로움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삶에 기여하고 서로 융합해야 가치가 있다고 표현한 이 문구는 기술만이 홀로 존재하는 것은 생명이 없는 공간에서 빛을 뿜어내는 조명이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로봇에서 더 나아가 SF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소재인 '사이보그'는 인간을 지배하기도 하고 전쟁을 벌이기도 하는 등 흔히 인류를 파멸로 이끌어 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우리 삶에 로봇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인공적인 지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인류애 상실의 주범이자 두려워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더이상 진부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사이보그(cyborg)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이다. 생물과 기계를 통제하거나 소통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인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를 뜻하는 오가니즘(organism)을 결합한 것으로, 1960년 NASA의 엔지니어였던 맨프레드 E. 클라인즈와 네이선 S. 클라인이 도입한 개념이다.

이들은 머지않아 우주 진출이 이뤄지면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체의 자동 조절 기능과 제어 기능을 확장하는 외부적인 구성 요소(기계)를 의도적으로 합성, 변모시켜야 한다고 봤다.

이러한 관점에 기인해 많은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은 더이상 인간과 로봇, 또는 인간과 인공지능이라는 각각의 요소가 인간과 과학기술의 산술적인 합산이 아닌 새로운 효과와 능력을 지닌 새로운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기계와 인간의 절대적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어렵게 느낄 필요 없이 산업현장이나 건설현장 등 위험요소가 있는 곳이나 전쟁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로봇과 같은 기계는 힘이나 속도, 정보, 감각, 예측까지 인간의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더욱 일반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치느님'도 로봇이 튀겨내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등장하고 골프장에서는 자율주행 로봇캐디가 골프백을 싣고 따라다니며 골퍼의 기록과 남은 거리를 분석해 클럽을 추천하기도 한다.

웨어러블 로봇의 경우 특정 부위에 장착하면 고된 육체노동을 거들 수 있고 장애인들이 활동하고 재활하는 것까지 돕는다. 생체반응형 반려로봇 역시 노인들과 간단한 대화를 하고 기상이나 취침, 복약 등 알람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족이나 보호자의 역할을 대신한다.

인간 신체를 보완하는 인공치아나 인공안구 등 보철을 인체의 확장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인공지능을 결합한 로봇 역시 인간의 계산이나 지적 능력의 확장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술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백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의심을 견디면서 발전해온 결과물이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다는 목적을 잃지 않는다면 로봇과 인공지능을 비롯한 모든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로 다가오지 않을까.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