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논설실장 |
호남가의 고장, 함평이 최근 주목을 받았다. 호남가가 세상에 나온 지 200년만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9일 함평 엑스포공원 정문 쌈지공원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로 4.2m, 높이 2.2m 돌위에 새겨진 54개 지명에서는 '약무호남시무국가'를 실감케하는 가슴 벅찬 감동도 느껴졌다. 호남가비는 함평출신 향우들이 기획, 실행한 호남을 예찬하는 프로젝트였다. 지난 2월 호남가 첫머리에 등장하는 함평의 자긍심과 호남인의 자부심으로 대동단결의 구심점 역할을 바라는 향우들의 의기투합으로 추진위원회(위원장 이명재 전 중앙대 명예교수)가 결성됐다. 서울, 목포, 광주 등에서 거주하는 향우들이 사방팔방으로 홍보에 나서 2개월만에 139명이 십시일반 5000여만원의 뜻을 모았다. 다른 지역 출신 중에서도 호남가비 건립에 공감하고 정성을 보내준 이들도 있어 의미를 더했다. 호남가는 관찰사를 지낸 이서구가 지은 설과 신재효가 재창작했다는 설이 있다. 버전도 7~8개가 되다보니 나오는 지역 표기 한자도 달라 비를 세우는 데 있어서는 한문 연구가의 도움을 받아 429자를 정리했다.
호남가비는 호남을 안내하는 학습판이다. 54개 지역의 풍광과 의미를 갖고 있는 가사속 지명을 훑어보며 선인이 거닐던 여정을 따라가는 것도 즐겁다. 당시 지명과 차이가 나는 곳의 이름을 맞춰보는 재미는 덤이다. 이를 테면 흥양(興陽)이라고 표기한 지명은 고흥이고, '여산석에 칼을 갈아'에서 여산(廬山)은 지금의 익산을 말한다. 여산석은 돌중에서 최고의 품질로 꼽히며 청와대를 비롯한 국가나 공공기관 표지석 설치에 납품되고 있다. 이번 노래비도 익산에서 채취한 돌에 함평을 비롯한 호남인의 긍지를 담았다. 지난 9일 열린 호남가 제막식은 랩과 재즈, 밴드 등 다양한 장르로 호남가를 즐긴 무궁한 문화이벤트였다. 200년만에 세워진 호남가비가 호남인의 화합과 통합을 견인하고, 거드렁 거리고 살아보는 대전환의 무대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