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펑크> 게임 세계가 구현한 유토피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이버펑크
사이버 펑크> 게임 세계가 구현한 유토피아
  • 입력 : 2022. 06.30(목) 17:07
  • 도선인 기자

2021년 FIFA 온라인에서 부활한 30살의 스트라이커 Kiyan Prince.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한때 국내에서는 게임 논쟁이 일었다. 당시 방영된 '게임을 질병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한 토론방송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한 패널에게 주장의 인용 근거를 묻자 "저희는 일반인이라 굳이 그 논문까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라는 원천봉쇄 성격의 논리적 오류성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상에서 어느새 풍자적 의미로 쓰이는 '일반인 드립'의 시초가 바로 한국에서 게임 논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현재 '게임 이용 장애'라는 정식 질병코드(6C51)는 도박 중독(6C50)과 같은 분류인 '중독성 행위 장애'에 등록되어 있다. 개정된 질병코드는 올해 2022년부터 적용되며 이 때문에 각국 보건당국은 게임 중독과 관련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유독 한국은 게임을 둘러싼 여론이 극단적이다. 게임 산업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면서 VR(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 세계가 구현되고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의 게임이 한국에서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도티, 감스트, 대도서관과 같은 인기 게임 유투버들은 새로운 직업의 예시를 보여주며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

게임이 구현한 가상세계를 디스토피아로 바라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교육에 열성적인 학부모들 눈에는 게임은 그저 '중독'의 현상 매개체로 알콜, 약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보도한답시고, 손님들이 한참 게임을 즐기고 있는 PC방에서 기자가 갑자기 전원을 내리는 민폐의 모습이 뉴스로 방영된 적이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게임을 병적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게임의 폭력성을 보도하기 위해 PC방 전원을 갑자기 차단한 상황을 담은 MBC보도.

자신이 몰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의 충격으로 과정이 강제 중단되면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것은 당연한데, 다소 격하게 짜증 섞인 손님들의 반응을 두고 '게임 때문에 비롯된 폭력성'을 원인으로 규정한 것이다. 뉴스가 한순간에 웃음거리가 된 이 유명한 사건은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로 이어졌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연한 상황에서 영국의 유소년 축구선수였던 Kiyan Prince의 게임 속 부활은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과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게임, FIFA 온라인의 제작사인 미국의 게임회사 일렉트로닉 아트(EA)는 Kiyan의 사망 16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가상현실 속 그를 부활시켰다.

2006년 15살이었던 소년 Kiyan은 영국의 프로축구단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와 계약한 축구선수 유망주였다. 안타깝게 그는 학교 밖에서 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나서는 도중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렸다. 상황은 비극적으로 흘러갔고, 그는 가슴에 칼이 찔려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부모님은 아들의 죽음을 마냥 슬퍼하지 않았다. 아들의 유산을 이용해 후원재단을 만들고 청년들을 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1년 kiyan은 FIFA 온라인에 등장하기 이른다.

살아있었다면 그해 30살의 스트라이커로서 눈부신 기량을 꽃피운 전성기를 맞이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의 등 번호는 30. 정교한 선수를 만들어내기 위해 게임회사 EA의 제작자들은 Kiyan의 아버지와 직접 만나 30살 Kiyan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또한 Kiyan의 아버지, 코치, 팀원, 친구들과 함께 협력해 Kiyan의 플레이 스타일을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지인들의 'Kiyan이 살아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이 이뤄진 것이다.

'더 코스트 오브 불링(The Cost of Bullying)' 캠페인은 게임 속 세계를 윤리적으로도 유토피아에 가깝게 만들고 있다. 더 코스트 오브 불링 캠페인은 게임 내 채팅에서 욕설, 따돌림 등의 사이버 불링(Cyber bulling)을 탐지해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아이템 구매 가격을 인상시키도록 한 캠페인이다.

환경적으로도 유토피아에 가까워지고 있다.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도와주는 방치형 게임 '마이그린플레이스'는 사용자는 플라스틱 용기의 바코드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얻어서 게임 속의 공간을 아름답게 꾸민다. 플라스틱 제품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재활용 방법, 환경 인증 정보, 재활용 용이성 등급 등 각종 분리배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분리배출에 도움을 준다.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사실 한국에서 게임을 둘러싼 각각의 주장과 근거를 설명하는 일은 정말 진부한 논쟁이 됐다. 게임 세계가 구현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상상하면, 어쩌면 게임 논쟁은 한국에서 필요 없는 이야기가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편집디자인=어구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