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 근무‧연봉 3억에도 의사 못 구한 전남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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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주 4.5일 근무‧연봉 3억에도 의사 못 구한 전남 '숨통 트이나'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제 도입||지역 의료원 파견 필수 업무 담당||전남, 1000명 당 의사 1.7명 최하||강진의료원 “질 좋은 서비스 기대”
  • 입력 : 2022. 02.16(수) 17:15
  • 노병하 기자
강진의료원 전경.
지난해 주 4.5일 근무, 평균 연봉 3억원을 내걸었지만 일부 필수과의 의사를 못 구해 애를 먹었던 강진의료원. 또 안과의 경우엔 현재 1명 뿐인 의사가 그만둬서 지난해 11월부터 진료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임도 구하지 못해 의과대학에서 의사들이 배출되는 4월까지는 안과 진료중단이 불가피 한 이곳에 조만간 숨통이 좀 트일 모양새다.

정부가 국고 94억원을 들여 국립대병원 10곳에 공공의료 업무를 맡을 의사 150명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던 전남지역 공공의료원들은 이번 방침에 큰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16일 전남도와 지역공공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교육부는 국무회의에서 국립대 병원의 공공임상교수제 시범 사업을 위한 국고 예비비 94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코로나19 이후 유사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공공의료 인력 증원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그간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의사 인력은 지난 2019년 기준 정원 대비 134명, 2020년 122명이 부족했다.

전남의 경우 2021년 11월 기준 순천의료원 의사 18명(공보의 5명), 강진의료원 의사 16명(공보의 6명), 목포시의료원 의사 21명(공보의 6명) 등으로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려 왔다.

특히 강진의료원은 지난해 '주 4.5일 근무, 평균 연봉 3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면서까지 의료인력 확충에 나서 8명과 근로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1년 가량 근무 후 이곳을 떠나는 실정이어서 매년 의사인력 확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사가 부족하니 전남지역 의료 상황 역시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

2020년 9월 기준 '인구 1000명 당 활동 의사 수'를 보면 서울 3.2명, 부산 2.4명, 대구 2.5명, 광주 2.6명, 대전 2.5명 등으로 대도시에 의사들이 집중돼 있었다. 반면 전남은 1.7명으로 도시 의사 수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이에 2020년 10월 국립대병원협회, 지방의료원연합회, 시도지사협의회가 공동협의체를 꾸려 공공의료인력 확보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30일 공공의료 관계자 간담회에서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측 의견을 듣고 공공의료인력 충원 사업 추진을 직접 지시했다.

국립대 병원 10곳은 이번 국고 예비비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올해 상반기까지 가칭 '공공임상교수' 의사 150여명을 선발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관계부처와 지방의료원 등과 협의를 거쳐 공공임상교수 선발 방식 등 사업 계획과 표준 운영지침을 오는 3월까지 마련한다.

선발된 공공임상교수 의사들은 소속 병원에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을 맡는다. 일부 의사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지방의료원에 파견돼 필수의료 업무와 수련의 대상 교육 등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신분, 보수, 연수 등 근로조건은 국립대병원의 정년트랙 교수와 동일하게 맞출 방침이다. 구체적인 직무범위, 근무기간, 지방의료원 파견 등 순환근무 방식은 다음 달 말까지 교육부가 국립대병원협회, 지방의료원연합회 등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의 성과를 분석, 국립대병원이 공공임상교수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지역공공의료를 지원하는 제도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공공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전남에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강진의료원 정기호 원장은 "이번 정부 방침은 지방의료연합회에서도 줄기차게 건의하던 부분이다. 당연히 강진의료원 입장에서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특히, 강진의료원의 경우 군 단위에 위치하고 있어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번 발표를 통해 국립대학의 훌륭한 임상 교수들이 의료원 자체에도 큰 도움을 주겠지만, 지역민들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 제공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비비 지원을 바탕으로 각 국립대병원이 양질의 의사인력을 직접 선발, 지방의료원의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을 지원함으로써 지역공공의료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