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또 터진 '화약고 여수산단'… 8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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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두달만에 또 터진 '화약고 여수산단'… 8명 사상
화학물질 제조업체 ‘여천NCC’ ||교환기 점검 중 폭발… 4명 사망 ||경찰, 안전 관리 소홀 책임자 입건 ||유족 “전문성 없는 일용직 내몰아”
  • 입력 : 2022. 02.13(일) 16:47
  • 양가람 기자
11일 오전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입주기업 여천NCC 업체에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폭발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여수 국가산단 내 화학물질 제조업체에서 폭발 사고가 나 안전 관리·작업자 등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해 12월 다른 업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두달 여 만이다. 당시 연매출 800억 원대 중견화학물 제조사인 이일산업㈜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작업자 3명이 한꺼번에 사망했다. 여기에 지난 1월 광주 현대산업개발의 신축 아파트 붕괴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지역민들의 산업재해에 대한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객관적 사고 원인 규명에 힘쓰는 한편, 발빠르게 현장 안전 관리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지역 내 첫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작업자 4명 사망·4명 부상

13일 전남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9시15분에서 9시20분 사이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입주기업 여천NCC 제3공장 에틸렌 가공 설비 인근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NCC소속 안전 작업관리자 A(58)씨와 하청 협력업체 작업자 B(42)씨 등 총 4명이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나머지 작업자 4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를 제외한 사상자 7명은 모두 하청 협력업체 영진기술 소속 노동자다.

사고 당시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진행한 열 교환기 세척 작업을 마친 뒤 투입 압력을 높이는 시험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열 교환기는 생산품에 따라 온도를 올리거나 내리게 할 수 있는 냉각수(쿨링 워터)와 증기(스팀)를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해당 공장의 주요 설비다.

여천NCC측은 세척 작업 후 열 교환기 압력을 17.1㎏로 맞췄을 때 기체 압력에 의해 설비 덮개가 튕겨 나가면서 주변에 있던 작업자들을 덮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남경찰·고용부 수사 시작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

박지영 전남경찰청장은 당일 오후 "공장 내 사망 사고 파악을 위해 수사전담팀을 꾸렸다"면서 "수사부장이 팀장으로 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수사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노동청에서 수사를 맡게 되고 경찰은 형법상 저촉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12일엔 전남경찰청 여천NCC 3공장 폭발 사고 전담 수사팀이 폭발 당시 열 교환기 기밀 시험에 참여한 현장 책임자 C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C씨는 사고 당일 오전 9시26분께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에틸렌 설비에서 작업 안전 관리 등을 소홀히 해 폭발 사고로 노동자 8명을 사상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화학물질이 배관을 통해 배출된 뒤 내부에 남아있는 찌거기 등을 청소하고 재가동 전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밀시험 안전 규정과 관련 지침 준수 여부 등이 집중 수사 대상이다.

또 여천NCC가 협력업체를 선정했던 과정과 관리·감독 권한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도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려 여천NCC 3공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부본부장은 13일 폭발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여수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을 찾아 현장점검에 나섰다.

권 부본부장은 "수사진행 사항을 확인하면서 철저한 원인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경영자에 대한 책임을 신속하게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유족들 망연자실·분노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회사 측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유족들은 전문 지식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위험에 내몰렸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위험한 일을 일용직 노동자에게만 떠넘겼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폭발 사고로 숨진 작업자들은 관련 업무를 수주 받고 진행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라면서 "지난 2017년부터 함께 조를 이뤄 공장 설비 현장을 돌며 열 교환기 세척·플랜트 정비 등의 작업을 도맡아왔다. 사고 당일 현장에는 처음 투입됐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전문 협력업체 '영진기술'이 설비 압력을 높이는 기밀시험 마지막 단계를 직접 해야 하지만, 인력 파견 업체를 통해 고용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작업에 투입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진기술 측 관계자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모두 직접 고용했고, 이들은 자격증이 없어도 경험이 많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작업 계획서에도 전문 인력을 투입했다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