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작품 설명 '큐피커'…관람객 반응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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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비대면 작품 설명 '큐피커'…관람객 반응 엇갈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도슨트' 대체 ||코로나 차단 '나홀로 감상' 긍정적||전문성 떨어져 중 장년 배려 부족 ||큐피커 이용률 22%… "방안 마련"
  • 입력 : 2021. 09.23(목) 16:23
  • 김혜인.정성현 수습기자
한 시민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관 'Cedella Marley' 에서 전시 설명을 듣고 있다. 정성현 수습기자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도입한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 '큐피커(Qpicker)'에 대한 관람객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도슨트(전시해설자) 대신 도입했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지 않고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개막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비대면 원칙을 고려해 기존 전시 해설 서비스인 '도슨트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인 '큐피커(Qpicker)'를 제공하고 있다.

'큐피커'는 관람객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직접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모바일 큐레이션이다.

전시관 곳곳에 있는 QR코드나 앱 스토어를 통해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관람객의 눈높이에 따라 4가지 종류의 음성 해설이 제공된다.

일반적인 '베이직 버전', 전문가가 설명하는 '프로페셔널 버전', 어린이를 위한 '키즈 버전', 외국인을 위한 '영어 버전'이 있다.

큐피커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먼저 10~20명씩 무리 지어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는 것에 비해 큐피커를 통해 '나 홀로 감상'을 즐길 수 있어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첨단지구의 한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모씨는 "평소 도슨트 설명을 듣기 위해서는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이동하며 작품 해설을 들을 수밖에 없어 관심있는 작품을 차분히 감상하기 어려웠다"며 "큐피커를 통해 심화한 해설을 들으며 오랜 시간 감상할 수 있어 지금까지 본 비엔날레 중 이번 디자인비엔날레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큐피커를 통한 작품 해설의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반응도 있다.

대학생 이수민(21·여)씨는 "BTS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김준홍 감독의 작품에 관심이 있어 현장 직원에게 작품에 관해 물어보니 오디오 가이드북 '큐피커'를 다운받으라는 말을 들었다"며 "막상 앱을 다운받아 들어보니 작품 앞에 적혀있는 설명과 비슷해 큰 차이를 못 느꼈다"고 아쉬워했다.

눈높이에 따라 제공되는 음성 해설이지만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린이를 위한 '키즈 버전' 임에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았다.

부지현 작가의 'Luminous' 키즈 버전을 보면 '자전적 기억과 경험을 증폭시켜', '과거로부터 축적된 경험이자 기억으로서 작품을 창작하는 동기',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 난해하거나 추상적 단어가 등장했다.

'베이직 버전'과의 차이라면 어린아이 목소리로 녹음됐다는 점과 작품에 쓰인 '폐집어등'과 '빛의 산란 현상' 의미를 풀어 쓴 게 전부였다. 주제관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등장하는 '젠더', '이슈화', '팬데믹'과 같은 어려운 용어는 설명조차 없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를 위한 배려 부족도 지적받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중장년층에게는 당장 큐피커를 내려받아 설치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문제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미처 휴대하지 못한 경우 큐피커 이용은 아예 불가능하다.

남편과 함께 방문했다는 이모(55)씨는 "우리 세대는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아 QR코드 같은 게 있어도 젊은이들처럼 빠르게 앱을 깔기 어렵다"며 "막상 앱을 깔아도 설명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손이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큐피커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큐피커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오디오 가이드의 이용률은 22%에 그쳤다.

관람객 10명 중 2명만이 큐피커 해설을 듣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존에 운영했던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해달라는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조장규 디자인비엔날레본부장은 "스마트폰이 없거나 휴대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대체할만한 기기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다만 큐피커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와 이어폰 지참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큐피커가 해소해주지 못하는 작품 해설 전문성 부족 등의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다음 비엔날레에는 임시 도슨트를 배치하는 등 여러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혜인.정성현 수습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