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나의 국적은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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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나의 국적은 메타버스
네이버제트 '제페토' 설치해보니||구찌·삼성·블랙핑크·BTS 맵 다양||코로나19, 5G, MZ세대 흥행코드||국내 기업은 '메타버스' 탑승만||美 햄버거 체인점 웬디스 마케팅||독창성·신선함으로 폭발적 성과
  • 입력 : 2021. 09.02(목) 17:57
  • 최황지 기자

제페토 타지마할 맵에서 셀카

기술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답이 무엇이든 팩트는 우리가 가상의 세계에 살고 있단 것이다. 가상의 세상은 허구가 아닌 실존하는 현실이며 그 안에서 인간은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격주 금요일마다 연재될 전남일보 칼럼 '사이버펑크_가상에 있다. 고로 존재한다.'는 기술이 만들어낸 세계관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인간과 기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맨발로 구찌 매장 들어가기

제페토를 깔았다. 피노키오에 나오는 목수 할아버지의 이름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MZ세대가 아니거나 메타버스를 모르고 있다.

휴대폰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제페토'는 전세계 2억명의 유저가 사용하는 가상세계를 말한다. 어플을 다운받으면 'MZ세대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가상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제페토에 입장하기 위해 계정을 만들었고 나와 닮은 아바타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아바타가 아무렴 실제의 '나'보다 못했으나 만들어놓고 나니 긴밀한 유대감이 생겼다.

제페토 시스템은 새로온 손님에게 기본 의상으로 흰색 반팔티, 곤색의 반바지를 보급했다. 그 옷은 딱 잠옷처럼 보였는데, 가상세계에 입장하기 창피할 정도였다. 그래서 회원가입을 하면 모든 유저에게 주는 기본 골드로 상하의를 구입했다. 그랬더니 신발을 살 골드가 없었다. 가상세계 속 '나'를 맨발로 둬야만 했다.

맨발의 '나'는 못할게 없었다. 구찌 매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탈리아 베니스 강을 따라 달렸으며 타지마할에선 전통춤을 추고 셀카도 찍었다.

무한한 기회의 땅 제페토에서 '나'는 '월드'라고 불리는 맵을 선택해서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제페토에 충실히 몰입한 덕분에 크리스찬 루부탱 매장에서 5500골드(1500원꼴)로 노란색의 신발 하나를 구입할 수 있었다.

제페토에는 '젬'이라고 불리는 화폐단위가 있는데 그건 '현질'이 필요하다. 명품 매장과의 협업 아이템, 갖고 싶은 아이템은 유독 '젬'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제페토가 유저들의 지갑을 터는 방식이다.

제페토에서 놀랄만한 기술을 목격한 것은 아니었다. 3차원 가상세계 속 나의 아바타가 활보하는 모습은 여러 게임을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그리 놀랄만한 혁신은 아닐테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설명할 때, 기술에 대한 설명은 제쳐둔다. 대신 수면 아래에 있던 거대 개념인 메타버스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계기를 살펴보는 데 힘을 쓴다.

제페토 삼성 갤럭시 하우스 맵에서 최신 휴대폰 구경하는 모습.

코로나19,5G,MZ_메타버스의 흥행코드

메타버스는 세 가지 키워드와 함께 종종 등장한다.

코로나19, 5G, MZ세대 등이 그 예다. 단순히 최신식의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장의 확장과 5G의 발전은 메타버스가 떠오를 수 있었던 최고의 백그라운드였다. 동물의숲,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2000년대에 등장했던 플랫폼이 MZ세대 놀이터가 된 건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집에 발목 묶인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 가상세계를 선택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이 MZ세대를 가상세계로 이끈 셈이다. 5G는 현실과 가상의 연결고리를 더욱 매끄럽게 해줬다. 메타버스의 중요한 지점은 '몰입도'인데 5G는 3차원 가상세계를 현실감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요 플레이어는 MZ세대다. 기성세대에게 메타버스가 딴 세상이라면, MZ세대에겐 서식지다. 제페토에선 플레이어들이 옷을 제작하거나, 게임을 만들면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곳에선 플레이어들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팔거나 아바타 라이브 방송으로 직접 젬을 벌 수 있다. 5000젬 이상을 팔면 한 달에 한 번 현금화가 가능한데 5000젬은 한화로 12만원 정도가 된다. 제페토를 둘러보면 일찍이 시장을 선점한 콜롬버스가 많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기회가 있다는데 지금의 메타버스가 딱 기회의 땅이다. 기업, 정치인, 탤런트 등 새로운 시장을 원하는 이들이 앞다퉈 신대륙 '메타버스'를 찾는다. 메타버스의 인기가 고조될 수록 기회를 찾는 기업과 자본도 서서히 몰려들고 있다.

현재 제페토에선 기업들이 만든 다양한 맵이 입점해 있다. 삼성이 만든 갤럭시 하우스, 현대기아차의 소나타 시승 부스, 블랙핑크·BTS 등 글로벌 스타들의 하우스도 마련돼 있다. 기업은 MZ세대가 자사 제품, 혹은 스타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탬플릿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눈에 띄는 마케팅이 없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이제 막 메타버스에 탑승했을 뿐, 생태계를 활용해 기업의 호감도를 높인 기업이 아직은 없다.

포트나이트 푸드파이트에 전사로 참가한 웬디스 마스코트.

웬디스 여전사 '냉동고를 폭파하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 기업을 폭발적으로 알린 기업이 미국에는 있다. 미국 3대 햄버거 체인점 '웬디스'다.

빨간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소녀를 마스코트로 삼고 있는 웬디스는 지난 2018년 포트나이트에서 진행한 '푸드파이트'라는 이름의 배틀이벤트에 참가했다. 당시 푸드파이트에 참여한 웬디스는 귀여운 마스코트와는 달리 좀 더 전투적인 컨셉으로 출전했다.

푸드파이트 게임은 '버거팀'과 '피자팀'이 승부를 벌이는 게임으로 타팀의 마스코트를 가장 먼저 파괴하고 '최후의 1인'이 되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햄버거 체인점인 웬디스도 당연히 버거팀에 소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변수가 나타났다. 버거팀 맵에 있는 '냉동고'가 웬디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웬디스는 트위터에 "우리는 공식적으로 피자팀을 선언하고 냉동 쇠고기와의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웬디스는 "우리는 공식적으로 피자팀을 선언하고 냉동 쇠고기와의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할 것입니다"라며 피자팀에 소속돼 게임에 나섰다. 귀여운 소녀에서 전사로 변한 웬디스는 9시간 이상 버거팀 맵에 있는 냉동고만 부쉈다. 웬디스가 냉동 패티가 아닌 신선한 패티를 사용한다는 'Always Fresh, Never Frozen'이라는 자사의 슬로건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이 뚝심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생중계 됐는데 후폭풍이 어마어마했다.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 열광했고 냉동고 부수기에 동참했다. 퍼포먼스 이후 소셜 플랫폼에서 웬디스를 언급한 비중은 119%가량 증가했다. 웬디스의 메타버스 마케팅은 세계 최고 권위 광고제, 칸 라이언스에서 소셜&인플루언서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곳에는 기회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메타버스가 마케팅 업계의 새로운 전쟁터가 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메타버스 신대륙에서 기회를 선점하는 것은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는 데 달렸다.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 열렸다. 메타버스 국적을 가져보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