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터키를 물리친 대한민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김연경 선수가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9년 만에 4강 쾌거를 이룬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에 나선다. 그 선봉에는 매 경기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선수들과 함께 지난 2019년 여자 배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여자배구의 히딩크'로 불릴 만큼 팀을 키워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선다.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6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2020 도쿄올림픽 준결승전을 통해 사상 최초로 결승 진출을 노린다.
브라질과는 12일 만의 재회다. 한국은 지난달 25일 A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브라질에 세트 스코어 0-3 완패를 당했다.
당시 김연경이 12점으로 분전했지만, 파워와 높이를 갖춘 브라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브라질은 페르난다 로드리게스(17점)와 가브리엘라 기마레스(16점)를 앞세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브라질에 첫 경기를 무력하게 패했지만 한국은 케냐, 도미니카공화국, 일본을 연달아 꺾고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이어 8강에서도 강호 터키를 제압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 올렸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 수확의 꿈을 꼭 이뤄내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도 단단하다.
김연경은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1점, 1점 중요한 승부가 될 것이다. 그 1점을 위해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을 선수들과 잘 이야기해서 4강전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이 브라질만 넘는다면 1976 몬트리올 동메달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도 가능하다.
한국은 김연경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만, 라바리니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2019년 1월 여자 배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첫 외국인 감독이라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빠르게 팀을 정비했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부족한 부분은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공백을 최소화했다. 상대 팀에 대한 분석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상대의 경기 영상을 보고 또 봤다. 어떻게 해야 상대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한다.
그는 터키전을 승리로 이끈 후 인터뷰에서 "터키 경기를 분석해보니, 패스 스킬은 좋지만 공격 효율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서브가 강한 선수, 블로킹, 수비 등이 좋은 선수를 분류해 맞춤형 전략을 구상했다. 선수들 역시 감독의 용병술대로 한 후 성과가 나자, 사령탑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하다.
박은진의 경우 주전은 아니지만, 터키전에서 5세트 막판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조직력을 허물어 감독과 동료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라바리니 감독의 시선은 6일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브라질에 한 차례 완패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변을 연출하려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4강 신화를 썼던 대한민국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에서 '라바리니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여자 배구 '감격의 올림픽 4강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