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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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광주·전남 '통합'으로 가는 길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1. 08.03(화) 16:38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김성수 정치부장
예산담당 지방공무원들은 예산시즌이 다가오면 한 달 가까이 가족과 생이별을 한다. 서울로 상경해 임시숙소를 얻은 뒤 국비확보를 위해 중앙부처 문턱이 닳도록 뛰어다닌다.

주요 국가사업 유치도 마찬가지이다. 단체장 뿐 아니라 공무원, 정치권까지 총동원돼 사활을 건다. 중앙에 애걸복걸하고 여기에 인맥을 통해야만 지방 현안 해결이 가능한 지방 정치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에 길들여져 사실상 지방의 차별과 종속을 당연히 여기는 식민지적 행태가 고착화 되면서다. 이것은 지역민은 물론 서울시민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기형적 구조이며, 국가 경쟁력마저 하락시킨다.

지자체의 재정난도 지역불균형을 가속화 시킨다. 곳간이 줄면서 광주시는 재정자립도가 44.5%, 전남은 27%에 그친다. 광주시는 광역시답게 그나마 재정운영에 부담이 덜하지만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꼴찌인 전남은 재량껏 집행할 수 있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늘 재원분배의 '공평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획재정부가 국가의 모든 돈을 틀어쥐고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인구를 기준으로 삼은 재정배분 논리가 정부 내부에 뼛속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선 자치분권과 재정분권이 동시에 이뤄지는 '지방자치 시대'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산업·경제가 집중화된 수도권과 견줄 지방 대도시 키우기가 최근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부산, 울산, 경남을 합치는 '부울경 메가시티'가 국가과제 채택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광주·전남도 통합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광주·전남의 통합논의는 낙후를 극복하기 위한 '지자체간 통합'과 대대적인 '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선택이 아닌 생존의 몸부림과도 같다.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의 저자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저서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을 만한 지방 대도시권을 키우는 게 해답"이라며 "더 넓어져만 가는 생활권역과 행정권역을 인정하고 연대를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행정통합을 통해 지역경쟁력을 갖춘 사례도 있다. 전남보다 경제규모가 작았던 충북은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 청주시를 만들어 낸 이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청주청원 통합은 지난 2017년 1월 성공했다. 청주와 청원은 끈질긴 협의 끝에 주민주도의 통합을 이뤄냈다. 특히 통합이후 청주시에 흡수된 청원군에 대한 배려정책을 통해 갈등요소를 최소화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인구 80만을 넘는 광역시급 규모로 몸집을 불린 청주는 예산 2조3353억원(2019년 기준)으로 전국 220여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4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청주시의 지역내 총생산(GRDP)도 2013년 16조 2322억원에서 2016년 28조2058억원으로 통합 2년 만에 42.4%나 급증했다. 변두리로 분류된 오송과 오창은 생명과학단지·과학산업단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거 전남도와 경쟁에 나섰던 오창이 1조원 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성공한 것도 산업경제 구조개편 노력의 결실이다.

청주와 비슷한 시기 통합 움직임을 보였던 전북 전주와 완주는 지역 간 갈등의 벽을 넘지 못해 행정통합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낙후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창원과 마산, 진해의 행정구역통합으로 통합 창원시를 탄생시켰다. 통합 창원시 인구는 110만명, 지역내총생산은 33조원 규모로 메가시티로 올라섰다. 다만 지역정치권과 주민사이의 앙금이 남아 있다 보니 늘 갈등의 연속이다. 실제 창원 신청사 건립, NC다이노스 홈구장 건립 등을 놓고 갈등이 지속됐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통합을 위한 첫걸음으로 통합 용역을 추진중이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지역적 환경 등의 미미한 차이는 있지만 3가지 통합사례에서 해법이 보인다. 결국 광주시와 전남도, 정치권과 시·도민 모두가 함께 하는 상생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청주처럼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할지, 창원처럼 소모적 갈등만 보일지, 아예 전주처럼 통합실패로 끝날지는 오롯이 광주·전남의 몫이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