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농촌' 전남도가 꿈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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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부유한 농촌' 전남도가 꿈꾸는 세상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1. 05.25(화) 12:48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저기 바다 가운데 해상풍력 발전기 보이시죠? 덴마크가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현장입니다."

7년 전 언론재단 공동기획 취재 차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오덴세로 가던 길에 놓여진 '그레이트 벨트 이스트 대교(스토레벨테·1624m)'를 지나던 중 가이드가 들려준 말이다. 오른쪽 바다를 보니 수 십여기의 해상풍력 발전기가 일렬로 세워져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조성 당시엔 환경단체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해상풍력 발전기가 들어서는 길목이 철새떼의 이동통로였고 자칫 발전기 날개에 새들이 빨려 들어가 죽을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논의 끝에 조율을 마쳤다고 한다.

석탄과 석유가 주요 에너지원이라고 믿고 살던 필자에겐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는 생소 했으며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우리에겐 낯선 '신재생 에너지'가 덴마크에선 이미 주요 에너지로 자리잡았다. 덴마크가 신재생에너지에 고개를 돌린 데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고 나서부터다.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시설을 밀어냈고 오는 2023년 덴마크 마지막 석탄발전소가 바이오메스 발전소로 바뀌거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에너지를 수입하던 '에너지 빈국' 덴마크가 40년 만에 에너지 수출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정책 시행과정의 갈등요인도 사전조율 해가며 줄여 나갔다. 의회 내 모든 정당이 참여해 만든 '에너지 합의'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된 정책을 추진 하는 계기가 됐다. 에너지 합의에 따라 전력생산 64%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2030년 이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7만여 개 생겨났으며 관련기술 수출이 연 40% 이상 증가했다. 일관된 에너지정책 덕택에 기업들은 정부를 믿고 미래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가 또 깜짝발표를 내놨다.

덴마크 서쪽 북해 80㎞떨어진 바다 위에 340억 달러를 들여 '인공 에너지섬(Energy Island·1만1150㎥)'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축구장 18~64개 규모로 에너지 저장시설, 에너지 변환시설, 운송항만 등을 갖추게 되며 2030~2033년 완공된다. 이 에너지 섬은 덴마크뿐 아니라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이웃 국가 수요도 충족할 수 있으며 해상 운송, 항공산업에도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시장 판도가 급변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 지 고심해봐야 할 대목이다.

다행히 전남도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마을공동체 태양광 사업과 해상풍력에 역점을 두고 도민의 소득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암 금정면 세홍마을에 주민소득과 연계한 마을공동체 태양광발전소가 준공됐다.

영암 혜성 협동조합이 75㎾ 발전소를 준공 했으며 연수익 2400만원의 운영수익을 거뒀다. 이제 농민들도 논밭에서만이 아닌 태양광 사업으로 목돈을 쥘 수있는 세상이 왔다. 더이상 '가난한 농촌, 돈없는 농민'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게 됐다.

마을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이 앞으로 전남지역 어디서든 농가 소득증대와 마을기업 육성, 지속가능한 공동체 유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가 미래 지향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또 있다. 해상풍력과 연계한 에너지섬 개발(Energy Island)이다. 신안군에 8.2GW 등 도내 25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많은 해상풍력단지와 도서를 보유한 서부권과 동부권에 각각 1개소씩 에너지섬을 개발한다. ESS 시스템, 수전해 시설을 갖춘 그린수소 생산·저장 기지를 구축한다. 이 과제는 향후 대선 공약 과제로 건의할 예정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11일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수소경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어 재생에너지를 통한 '그린 수소경제'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며 "해상풍력 선도국가인 덴마크의 '인공 에너지 섬' 계획을 거울삼아 전남이 선점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와 지역의 많은 섬을 연계해 그린 수소 생산·저장시설을 구축, 그린 수소 중심지로 육성하자"고 말했다.

이제 전남은 신재생에너지와 태양광 사업을 통해 지역민들의 소득을 높여 도시인들도 부러워 하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덴마크 해상풍력발전기 설치 당시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었던 것처럼 향후 전남도의 사업에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갈등보다 '잘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열린 '세계최대 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사업을 "완전히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라고 말한 바 있다.

전남도가 시행하는 사업들 역시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가 되도록 힘을 모아야 겠다.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