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두딸이 꿈꿔 온 동상동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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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아버지와 두딸이 꿈꿔 온 동상동몽
석주 박종석 화백 두딸과 가족전||20일까지 함평 잠월미술관
  • 입력 : 2021. 05.10(월) 16:35
  • 박상지 기자

함평 잠월미술관에서 가족전 '동상동몽'을 진행하고 있는 석주 박종석 화백 가족. 박종석 화백 제공

한 사람의 인생을 형성하는데 있어 가정환경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직업이 대를 이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한국화가이자 오지탐험가로 알려진 석주 박종석 화백의 두 딸 역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있다. 큰 딸 박소영씨는 방송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림그리기와 책, 여행을 즐기는 아버지의 예술적 감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소영씨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어학에 재능을 보여 영어방송국 작가의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예술의 끈을 놓지않았다. 바쁜 일과중 SNS에 틈틈이 기록한 그림일기는 책으로 진화했다.

둘째딸 박남연씨는 아버지의 예술성에 더욱 근접했다. 도예가의 길을 걷고있는 남연씨의 예술인생은 학창시절 아버지와 증심사 산책을 하면서 시작됐다. 산책 중 도로변에 위치한 김치준 도예가의 작업실에 들러 수박 몇조각 대접받았던 것이 계기가 돼 주1회 김치준 작가로부터 도예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놀잇감이었던 진흙은 이후 남연씨 작업의 원천이 됐다.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남연씨는 현재 물레와함께 현대 도자기 작업에 매진중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아버지, 일러스터레이터 큰딸, 도예가 작은딸이 각자의 작품을 들고 한 자리에 모였다. 오는 20일까지 함평 잠월미술관에는 '동상동몽(同床同夢)'을 주제로 박 화백의 가족전이 진행되고 있다. 전시주제인 '동상동몽'은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은 꿈을 꾼다는 뜻이다. 아버지와 두 딸의 전공은 서로 다르지만 예술을 전공하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작업의 과정도 내포돼 있다.

이번 전시는 박 화백이 기획했다. 두 딸 중 장녀 소영씨를 지난해 1월 출가시키고, 올 9월이면 둘째 남연씨도 결혼을 앞두고 있어 박 화백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히 매진해 온 결과물을 모아 전시를 가져볼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전시에는 박 화백이 오지 여행에서 만난 사색의 세계가 투영된 화폭 12점과 소영씨의 A4 크기 일러스트 100여점, 남연씨의 도자기 작품 50점 선보이고 있다. 박 화백의 작품은 짙푸른 하늘이 인상적인 '무등산' 시리즈와 오지여행 중 만났던 풍경, 근작 소품 등이 걸렸다. 삶의 철학과 일상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전하며 '생각하는 그림'을 선보이는 소영씨의 일러스트 그림일기도 눈길을 끈다.

박 화백은 "예술가는 현실과 이상 사이 괴리를 맛보아야 하는 직업인데 두 딸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동질성을 느낀다. 가족이 예술을 매개로 더욱 더 화합하게 되는 것 같아 기쁘다. 이번에 큰아이의 책이 출간되고 가족이 전시로 함께하게 돼 뿌듯한 마음이다"라고 전시 소감을 밝혔다.

박 화백은 호남대학교 미술학과와 조선대 대학원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8회와 '검은 고독, 푸른 영혼'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2012년 서암전통문화 대상, 2000년 광주미술상을 수상했다.

박소영 작 '카푸치노 구름'

박남연 작 '못난이'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