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김환기·천경자·오지호 등 작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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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건희 컬렉션' 김환기·천경자·오지호 등 작품 온다
미술사에 족적 남도작가 작품 ||시·도립미술관에 51점 기증 ||이응노 ‘군상’·이중섭 작품도
  • 입력 : 2021. 04.28(수) 16:59
  • 박상지 기자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김환기 '무제'. 뉴시스

세기(世紀)의 기증으로 평가받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중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남도 작가들의 작품과 지역과 연관된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지역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28일 삼성전자는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등 상속인들은 고인이 40여년간 수집했던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환원처에는 광주시립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도 포함됐다. 광주시립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근간을 이뤘던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작품 등 각각 30점, 21점이다.

광주시립미술관에는 한국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신안 출신 김환기(1913-1974)의 '30-Ⅲ-68#6', '26-I-68' 등 5점과 화순 출신으로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남도 서양화단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오지호(1905-1982)의 작품 중 1960-70년대 제작한 풍경 4점과 정물 1점의 유화 작품 등 5점이 기증됐다. 오지호의 후임으로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남도 서양화단에 영향을 끼친 임직순(1921-1996)의 작품 '포즈' 1점도 함께 환원됐다.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있는 이응노(1904-1989)의 작품과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의 작품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문자추상' 작품을 통해 국제적으로 작가적 위상을 드높였던 이응노의 작품은 '문자추상' 경향의 대작 2점과 '군상' 연작 3점, 그리고 까치와 말, 염소, 닭을 소재로 한 수묵화 5점, 말년에 제작한 수묵담채의 산수화 작품 1점으로 총 11점이 기증됨으로써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된 작품 중 가장 많은 작품이 기증됐다. 이응노의 '군상'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시위 군중을 표현한 작품이다.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의 작품은 은색 담배 종이에 그린 '은지화'(銀紙畵) 4점과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4점이 기증됐다. 특히 화구를 살 돈조차 없는 궁핍한 생활 속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렸다는 이중섭의 은지화는 일반적으로 1950년대 초반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기증된 4점의 작품 중 3점이 1940년대 작품으로 은지화의 시작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섭의 '엽서화'는 1940-1943년 연인에게 글자 없이 그림만 그려 보낸 것으로 현재 90여점이 전해온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오지호와 김환기를 비롯해 고흥출신 천경자(1924-2015), 진도출신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작품이 기증됐다. 이외에도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김은호, 유영국, 임직순, 유강열, 박대성 등 총 9명의 작가들도 포함됐다.

기증작 중 김환기의 '무제'는 전면점화(全面點畵)가 시작되기 전 화면을 가로지르는 십자구도의 작품으로 '김환기 화풍' 연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경자 기증작 또한 대표작인 '꽃과 나비', '만선' 등 1970년대 실험을 통해 동양화라는 매체를 넘어서고자 했던 작품들이 포함됐다. 흙에 물감을 섞어 종이 위에 바른 '만선'은 재료의 텍스처가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천경자의 작품들 중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재료의 사용법이 눈에 띈다.

전남도립미술관에 총 5점이 기증된 오지호의 작품 중 '풍경'과 '복사꽃이 있는 풍경', '잔설', '항구풍경' 등도 화면 속에서 공기가 순환하는 듯한 오지호 화백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난 중요작들이다. 이당 김은호의 '꿩-쌍치도', '산수도 10곡병풍', '잉어' 등은 그의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가 잘 드러나 있다. 유영국의 '산', '무제'도 산을 소재로 원, 삼각형 등의 기본 조형요소로 환원된 그의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대표작들이다.

지역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인데다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작품들이 대다수인만큼 지역 미술관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지역미술관 소장품에 근대미술작품을 보강함으로써 한국 근현대미술사 전시와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있다. 일례로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기존 미술관 소장품으로 유화 작품 1점과 드로잉 작품 2점의 김환기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1950년대와 60년대, 그리고 1970년에 제작한 유화 작품 4점과 드로잉 작품 1점을 기증받음으로써 김환기 작품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됐다.

임직순 작품 역시 미술관 소장품으로는 4점의 풍경과 1점의 정물을 소재로 한 유화작품이 있는데 정물, 풍경과 함께 임직순의 주된 작품 소재 중 하나였던 인물좌상의 유화 작품이 이번에 기증됨으로써 미술관은 임직순의 정물, 풍경, 인물화 작품을 고루 소장하게 됐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1일 '삼성 고 이건희 회장 컬렉션 기증전'을 열고 대중에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상설관을 통해 '고 이건희 회장 컬렉션 섹션'을 별도로 마련, 미술작품을 대중과 함께 보고 즐기고 공유하기를 바랐던 고인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미술관 개관 30주년을 맞는 2022년에 기증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전망이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지역에 연고를 둔 국내 근현대기 대표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기증받게 됨으로써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이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번 기증은 예향으로 이름 높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면서 풍성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광주시에 대한 기증자의 배려라고 생각되며, 향후 미술관의 품격과 소장품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천경자 '만선'. 뉴시스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오지호 '잔설'. 뉴시스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허백련 '산수화첩'. 뉴시스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허백련 '산수화첩'. 뉴시스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허백련 '산수화첩'. 뉴시스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허백련 '산수화첩'. 뉴시스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된 이응노 '1982'. 뉴시스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된 임직순 '포즈'. 뉴시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