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의 여의도 칼럼3> "위안부 인권운동을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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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김정현의 여의도 칼럼3> "위안부 인권운동을 지켜내야 한다"
  • 입력 : 2020. 05.24(일) 14:44
  • 편집에디터
김정현 정치평론가
'윤미향 사태'는 최종적으로 사실관계와 정치적 고려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태풍의 눈으로 발달해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윤미향 당선자 본인과 민주당이 중요한 해결의 주체다. 정의기억연대가 어떤 책임을 지건 책임정치 차원에서 그것이 순리(順理)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던 이 사건은 정의기억연대와 다른 위안부 운동 관계자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자 간 뿌리 깊은 불신이 뒤엉켰다. 이 틈을 타 일본의 아베 총리를 비롯한 극우강경파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 뻔하고 우리 극우단체들까지 나서 위안부 운동을 공격하고 나선다. 한심한 작태다. '조국 사태'가 단순 진영대결이었다면 윤미향 사태는 진영을 넘어 위안부 인권운동의 장래와 한일관계까지 걸려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대협과 정의기억연대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한 관계자는 필자에게 "이 사건으로 위안부 인권운동 전체의 의미가 훼손돼서는 안된다. 깊이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국제사회에 고발한 위안부 운동 자체의 의미와 성과가 윤미향 당선자와 할머니들 사이의 갈등으로 희석되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수요행동'이라는 단체는 "피해자, 활동가,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열린 정의연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정의연은 윤미향 당선자만의 것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위안부운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대협과 정의기억연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윤미향 당선자의 영향력 만큼 소통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는 특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식은 윤미향 당선자 본인이 모든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만약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위반한 대로 책임지면 될 일이다. 이런 일에는 침묵이 금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국회의원직도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이 윤미향 당선자가 평생 몸담아온 정의기억연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위안부 인권운동 자체가 부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한 위안부 운동은 한일관계를 움직이는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문제 해결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도 마찬가지다. 역대 한일 정상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막후 접촉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없는 위안부 문제는 무효라는 선을 넘지 못했다. 반성과 사죄가 없는 일본정부의 과거사 몰각(沒却)이 위안부 인권운동의 도덕성을 고양시켰고 국제사회에 반제국주의, 여성, 평화운동을 촉발시켰다. 노벨상을 받아도 마땅한 이 위안부 운동이 그 핵심에서 비판이 제기된 것은 그만큼 뼈아프다.

중요한 것은 윤미향 당선자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거대 여당의 도덕적 감수성과 국정능력이 시험받는 처지가 됐다. 이 사태의 발원지는 정의기억연대였지만 만약 윤미향 당선자가 공천을 받지 않았거나 당선되지 않았다면 문제는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정치판에 소환되면 그 순간 진영으로 찢어지고 찬반이 나뉜다. 친일 프레임을 건 윤미향 당선자와 민주당 일각의 섣부른 초기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 계속해서 팩트들이 나오고 여론은 이때부터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나마 이낙연 전 총리가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수습을 시도했으나 정치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당이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넘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는 신중론이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검찰이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이 차일피일하면 그 화살은 민주당을 향해 날아올 것이 뻔하다. 정당은 정치적 논리로 위기를 탈출하려는 생리가 있다. 하지만 급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집권여당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기는 꼴이 된다. 2015 위안부 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고 앞으로 한일관계를 풀어가는데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나 혹은 아베 후임 총리 앞에서 위안부 문제를 놓고 뭐라고 따질 것인가. 국익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윤미향 사태 해결의 대원칙이 진영논리나 '정치'가 아니라 위안부 인권운동을 지켜내는 쪽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