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귀갓길 책임지는 대리기사, 누가 보호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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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시민의 귀갓길 책임지는 대리기사, 누가 보호해주나
업체들, 담합하듯 프로그램 이용료 올리고 벌금 물려||자사 기사들만 벌금 면해주는 등 불공정 정황도 포착||강제성 약한 공정위 시정 명령 등 개선 효과도 미비해
  • 입력 : 2019. 10.03(목) 17:02
  • 오선우 기자
지난 4월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대리업체 본사 앞에서 전국대리운전노조원 200여명이 '업체 갑질·횡포 근절을 위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개인사업자와 노동자 사이의 제도적 사각지대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 대리기사가 대리업체의 횡포에 고통받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30일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 개정안은 물론, 이전부터 대리업체에 지속적으로 내려진 시정 명령과 벌금 부과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것이 없다.

●일방적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현재 광주에서 사용되는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은 총 6개다. 대리기사들은 매일 사용료를 내면서 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프로그램 업체들이 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용료를 인상하는 등 '갑질'을 부리면서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일명 '윤창호법' 시행 등으로 건전한 음주문화가 정착돼감에 따라 자연스레 대리운전 고객도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업체들은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대리기사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광주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그 정도가 심하다.

업체 간 담합이 의심될 정도의 정황이 다수 확인돼 이에 대한 해당 기관의 조치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리기사는 대리업체를 통해 소속기사로 가입하며, 타 업체에 부수적으로 가입하고 일 사용료를 내며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콜을 수행하게 된다.

문제는 프로그램 사용률 상위권에 있는 업체들이 지난해보다 올해 요금을 두 배 이상 올렸다는 것이다. 광주 내 6개 프로그램 중 5개가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이 중 3개 업체가 종전 900원에서 단숨에 두 배가 넘는 1900~3000원까지 요금을 인상했다.

수년간 대리운전을 해 온 대리기사 A씨는 "올해 2월 업계 1위 프로그램의 사용료가 대폭 인상되면서, 마치 따라가듯이 다른 업체도 사용료를 올렸다. 심지어 요금 인상 하루 전에서야 공지를 보낸 업체도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벌금'까지 대리기사 옥좨

'콜'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한 상태에서 벌금을 물리는 것 또한 대리기사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자동배차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는 대리운전 요청지에서 가장 가까운 기사 1명에게만 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자동배차는 도착지 등 정확한 내용을 제공하지 않고 배차를 주기 때문에 요금이 현저히 낮거나 기사가 선호하는 지역이 아닐 시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때 업체가 기사에게 벌금을 물린다는 것인데, 광주 내 4개 업체가 건당 300원의 벌금을 책정하고 있다. 이 탓에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하루 평균 1000원~2000원의 벌금이 기본적으로 빠져나간다.

대리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대리기사가 자동배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금액 및 지역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자사 가입기사에게만 벌금을 면해주는 불합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 대리운전에 입문한 B씨는 "처음엔 단순히 운전하고 요금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수료, 사용료, 벌금 등 어느 것 하나 기사의 편인 게 없는 데다 아직 프로그램이나 자동배차 이용도 익숙치 않아 득보다 실이 많은 날도 부지기수"라며 허탈해했다.

그러나 단독으로 배차를 먼저 받아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벌금을 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배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특히 광주 내 업계 수위의 두 업체는 자사 가입기사들에게만 벌금 면책 특권을 주고 있어 불공정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벌금을 면해주기 때문에 자사 가입기사들은 자유롭게 자동배차를 이용하게 되고, 이는 타 업체 기사들로 하여금 콜을 뺏기지 않기 위해 취소 벌금을 물면서도 자동배차를 사용하게 하는 고도의 상술이라는 해석이다.

●공정위 조사 등 대책 절실

이미 공정위는 지난 2013년 6월18일 목적지를 자세히 표시하지 않은 채 콜 정보를 발송하고, 이를 기사가 취소할 경우 건당 500원의 벌금을 물린 대전의 대리업체들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는 등 지속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업체들은 이를 무시한 채 일할 시간을 내기도 바쁜 기사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뭉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불합리한 다양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회사에 정규직으로 소속되지 못한 채 최대한 많은 콜을 수행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리기사들은 갑질과 횡포 앞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 이에 대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