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대리업체 본사 앞에서 전국대리운전노조원 200여명이 '업체 갑질·횡포 근절을 위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
심지어 지난달 30일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 개정안은 물론, 이전부터 대리업체에 지속적으로 내려진 시정 명령과 벌금 부과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것이 없다.
●일방적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현재 광주에서 사용되는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은 총 6개다. 대리기사들은 매일 사용료를 내면서 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프로그램 업체들이 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용료를 인상하는 등 '갑질'을 부리면서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일명 '윤창호법' 시행 등으로 건전한 음주문화가 정착돼감에 따라 자연스레 대리운전 고객도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업체들은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대리기사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광주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그 정도가 심하다.
업체 간 담합이 의심될 정도의 정황이 다수 확인돼 이에 대한 해당 기관의 조치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리기사는 대리업체를 통해 소속기사로 가입하며, 타 업체에 부수적으로 가입하고 일 사용료를 내며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콜을 수행하게 된다.
문제는 프로그램 사용률 상위권에 있는 업체들이 지난해보다 올해 요금을 두 배 이상 올렸다는 것이다. 광주 내 6개 프로그램 중 5개가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이 중 3개 업체가 종전 900원에서 단숨에 두 배가 넘는 1900~3000원까지 요금을 인상했다.
수년간 대리운전을 해 온 대리기사 A씨는 "올해 2월 업계 1위 프로그램의 사용료가 대폭 인상되면서, 마치 따라가듯이 다른 업체도 사용료를 올렸다. 심지어 요금 인상 하루 전에서야 공지를 보낸 업체도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벌금'까지 대리기사 옥좨
'콜'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한 상태에서 벌금을 물리는 것 또한 대리기사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자동배차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는 대리운전 요청지에서 가장 가까운 기사 1명에게만 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자동배차는 도착지 등 정확한 내용을 제공하지 않고 배차를 주기 때문에 요금이 현저히 낮거나 기사가 선호하는 지역이 아닐 시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때 업체가 기사에게 벌금을 물린다는 것인데, 광주 내 4개 업체가 건당 300원의 벌금을 책정하고 있다. 이 탓에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하루 평균 1000원~2000원의 벌금이 기본적으로 빠져나간다.
대리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대리기사가 자동배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금액 및 지역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자사 가입기사에게만 벌금을 면해주는 불합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 대리운전에 입문한 B씨는 "처음엔 단순히 운전하고 요금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수료, 사용료, 벌금 등 어느 것 하나 기사의 편인 게 없는 데다 아직 프로그램이나 자동배차 이용도 익숙치 않아 득보다 실이 많은 날도 부지기수"라며 허탈해했다.
그러나 단독으로 배차를 먼저 받아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벌금을 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배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특히 광주 내 업계 수위의 두 업체는 자사 가입기사들에게만 벌금 면책 특권을 주고 있어 불공정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벌금을 면해주기 때문에 자사 가입기사들은 자유롭게 자동배차를 이용하게 되고, 이는 타 업체 기사들로 하여금 콜을 뺏기지 않기 위해 취소 벌금을 물면서도 자동배차를 사용하게 하는 고도의 상술이라는 해석이다.
●공정위 조사 등 대책 절실
이미 공정위는 지난 2013년 6월18일 목적지를 자세히 표시하지 않은 채 콜 정보를 발송하고, 이를 기사가 취소할 경우 건당 500원의 벌금을 물린 대전의 대리업체들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는 등 지속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업체들은 이를 무시한 채 일할 시간을 내기도 바쁜 기사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뭉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불합리한 다양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회사에 정규직으로 소속되지 못한 채 최대한 많은 콜을 수행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리기사들은 갑질과 횡포 앞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 이에 대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