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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참으로 무더웠던 팔월 염복에 열린 제10회 전국각설이품바대회 왕중왕선발전에 출전한 '선녀각설이'(이정석·남·당시 52)는 각설이품바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그가 말하는 각설이품바가 된 이유는 너무 이외였다. '어떤 사람들이 왜 각설이품바로 나서는 것일까' 수년 전부터 무안 분청자기와 함께 무안지역의 독특한 문화예술콘텐츠인 각설이품바 관련한 문화 활동에 참여하여 책으로 기록하고자 나서면서 가졌던 첫 번째 궁금증이었다.
그동안 전국대회 1회~9회까지 선발된 역대 각설이품바 명인들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진 전국각설이품바 왕중왕대회에 참가한 각설이품바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오는 그들의 입문 계기는 참으로 다양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응답은 필자의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는 내용들이었다. 그저 돈을 벌기위한 상업적 목적으로 길거리나 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하위문화의 한 갈래였거니 하는 이전의 생각들을 깡그리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했다. 애초 각설이품바로 나서는 이유가 전국에 난무하는 축제나 기업행사는 물론 개인의 애경사 같은 저자거리의 난장품바를 생각하면서 순전히 '돈벌이'를 위한 경제적 이유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가난한 형편을 벗어나기 위해 나선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자신이 타고난 열정이나 재능 또는 오래된 경험을 통해 입문하게 됐노라고 했다. 그처럼 까페나 술집 같은 다운타운가의 야간업소에 출연하거나 운영하다가 각설이품바 세계로 들어온 경우 역시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보다 각설이품바 공연이 갖는 매력과 장르의 영역적 특성이 더욱 본질적인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각설이공연 자체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입담과 노래, 춤, 각종 악기연주 등은 물론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관중들과 함께 어울려 진행하는 퍼포먼스식의 공연형태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멀티플레이어가 아니고는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관객의 호응은 크고 뜨겁고 직접적이다. 충분한 보상과 피드백이 공연 현장에서 이뤄진다. 그 많은 난장품바들이 활성화되어 있는 이유다.
그래서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각설이품바가 된다는 생각은 단순한 예단이었다. 경제적인 이유가 동기는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각설이품바가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각설이품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뜨거운 자기열정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예술인의 생성배경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물론 그 구체적인 배출 경로는 가수나 코미디언 같은 상업형 연예인을 하다 각설이품바로 전향한 경우가 많긴 했다. 하지만 때때로 내가 좋아해서 선배 소개를 통해 입문하거나 남편이 공무원인데 교회에서 신체놀이 교사를 하다 취미로 연극에 입문한 후 본격 각설이품바로 나선 경우도 있었다.
이와는 달리 원래 연극배우였는데 일정한 공연무대와 단체가 필요한 연극과 달리 혼자의 무대가 필요없이 충분한 연극적 행위와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설이품바를 한다는 경우도 있었고 현재 '칠도와 삼순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많은 부부각설이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각설이 '삼순이'(심명수·여·당시 42)의 경우 '연애를 하기 위해' 각설이가 됐다는 익살스런 응답도 있었다.
이는 각설이품바로 나서는 이들이 개인적 재능과 열정, 주변의 긍정적 인정효과와 같은 일반적인 문화예술장르의 입문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각설이품바가 예술장르로서 사회적 성격과 문화적 속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난장품바는 속되다!'는 인식을 '속되게' 지니고 있었을 뿐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